고혈압약을 이용한 소아 혈관종 치료가 기존 치료법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기됐다.
정혜림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학과 교수는 소아에게 발생한 혈관종을 고혈약 치료제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성분명)로 치료한 결과, 안전하게 치료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혈관종은 혈관의 상피세포가 증식하는 양성종양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발생 부위는 안면부에 가장 많이 발생(60%)하고 전신 피부 어디에도 발생하지만 간, 콩팥, 뇌, 기도 등 내부 장기에 발생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안면부 혈관종이 있는 8명(평균 5.5개월)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인 인터페론이나 스테로이드 대신 경구용 고혈압제제인 프로프라놀롤을 투여한 결과, 큰 부작용이나 재발없이 만족할만한 치료효과를 관찰했다.
치료는 소아환자가 3~4일간 입원한 상태에서 실시했으며, 프로프라놀롤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서맥, 저혈압, 저혈당, 기관지연축과 같은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프라놀롤을 투약 후 1시간 마다 혈압, 맥박, 혈당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또한 처음에는 목표용량 4분의 1 이하의 저용량을 8시간 간격으로 경구 투약하면서 안정성을 확인하고, 점차 목표 용량으로 증가시켰다.
아울러 퇴원 후에도 프로프라놀롤 경구 투여를 계속하면서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이러한 치료결과, 치료대상 8명 모두에서 치료시작 7일 이내부터 혈관종의 크기와 경도, 붉은색 농도의 감소가 관찰되기 시작됐으며 별다른 부작용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8명 중 안면부와 전신에 다수 혈관종이 있었던 2명은 12개월간의 치료 후 혈관종이 완전하게 소실됐으며, 다른 6명의 환자도 혈관종 감소를 보이며 6~18개월간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혈관종은 출생 시에 매우 작거나 보이지 않다가 생후 2~3개월 만에 급격하게 커지며 생후 1년까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혈관종은 피부 표면에 붉은색의 융기된 종괴로 나타나는 표재성 딸기혈관종 또는 모세혈관종과 피부로 덮여있는 진피 하부 또는 지방층의 결절로 나타나는 해면상 혈관종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 없이도 7~10년에 걸쳐 서서히 소실되지만 눈, 귀, 점막에 발생한 경우 시력 또는 청력장애, 출혈, 안면부 형태변형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부 장기에 생겼거나 크기가 큰 경우 심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빨리 커지며 혈소판 감소증, 소모응고병증을 동반하는 혈관종(Kasabach-Merritt 증후군)도 있다.
반면, 혈관종 치료는 안면신경마비나 출혈의 위험성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쉽지 않다. 내과적 치료로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나 인터페론 주사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데, 감염 위험 증가·성장부진·뼈의 약화·발열·근육통·백혈구감소증·간기능이상 등의 부작용이 관찰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에 새로운 치료법으로 적용한 프로프라놀롤은 장기간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돼 온 약제로 혈관을 수축시키고 모세혈관 상포세포의 자멸사 유도와 혈관성장인자를 하향 조절해 혈관종을 퇴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림 교수는 “아직 대상인원이 많지 않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 기존의 치료법보다 안정성이 보장된 약제로 보다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교수는 소아 혈관종의 새로운 치료법 제시로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주관 ‘제23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