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가던 치과의사의 자화상
한때 잘나가던 치과의사의 자화상
  • 현종오
  • admin@dttoday.com
  • 승인 2013.07.19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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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종오 원장(현치과)
치과의사가 되어서 일반인들에게서 가장 흔히 들은 말은 뭘까? “치과의사는 다 도둑놈”이라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못 믿겠으면 당장 치과에 대한 인터넷 기사만 한번 검색해 보시라. 각종 댓글에 “저 도둑놈들”이라는 목소리가 무진장 달려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의사도 있고 한의사도 있는데(물론 그들도 그런 소릴 안 듣는다는 말은 아니다) 유난히 치과의사한테는 그런 시각이 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과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치과진료비 속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은 조금만 치료해도 큰돈을 버는 것 같은 치과의사들이 부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 저절로 ‘도둑놈’이란 말이 나온다.

지나버린 ‘그때 그 시절’

의과나 한의과에 비해 치과의 보철수가가 서민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런 금액으로 체감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불법네트워크 치과와 그 아류들의 이른바 ‘친서민 덤핑’은 일반인들에게 치과진료비가 싸져서 좋다는 생각보다 ‘그동안 얼마나 바가지를 씌어온 건가’라는 의구심을 확신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다고 해두자. 치과의사들이 ‘도둑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 버는 시대도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한 건물에 두 개씩 치과가 들어갈 만큼 병원수가 많지도 않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직원 월급에 4대 보험 같은 준조세가 나가지 않아도 되던 시절이었다.

2000원짜리 간단한 소독조차도 신용카드로 내밀지 않고 현금만 내던 시절, 지금처럼 몇 억을 호가하는 고가장비와 고급 인테리어에 허리가 휘지 않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그 시절이 아니다. 경쟁적인 고급인테리어와 억대를 호가하는 장비로 출발부터 허리가 휜다. 월급은 계속 오르고 4대 보험에 퇴직연금까지 직원들 인건비는 부담스럽기만 한데, 이마저도 구인난에 시달린다.

원가도 안 되는 보험진료는 노력해도 큰 도움이 안 되는 구조인데다 비보험진료수가는 덤핑치과의 등장으로 더 내려버렸다. 세금은 가혹하고 금값은 폭등했으며 재료비도 날이 갈수록 오른다.

심화되는 생존의 절박감

요즘 우스갯소리로 ‘편의점보다 치과 찾기가 더 쉽다’고 할 정도로 치과가 많다. 치과의사의 과잉배출로 촉발된 경쟁심화는 신규 개원의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일부 신규개원의들은 그 장벽을 깨고 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덤핑을 치고 불법홍보를 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결코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는 게 아이러니하다. 전철, 버스, 택시 곳곳에 ‘임플란트 xx만원’이라는 광고판이 걸리고, 길거리에서 알바들이 물티슈를 나눠주며 진료를 구걸하다시피 하는 형국이니 환자들도 ‘치과진료비 견적’ 운운하면서 툭하면 가격을 흥정하려고 덤빈다.

치과의사들이 경쟁적으로 서로를 헐뜯고 가격을 덤핑칠수록 환자들의 불신은 커진다. 이래저래 치과를 경영하는 원장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기본진료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하는데, 보험수가를 보면 머나먼 꿈이기만 하다.

협회의 수가협상은 단 한 번도 실망스럽지 않은 때가 없고, 노인틀니에 이어 스케일링까지 보험으로 헐값에 내주더니 이젠 노인 임플란트까지 보험으로 넘겨줄 판이라 걱정스럽다. 불황이 깊어갈수록 하루하루 경비 맞추기도 버거운 요즘, 치과원장들에게는 인생의 여유보다 생존의 절박함이 더 눈앞의 문제다.

한 해에만 800개가 넘는 치과의원의 폐업, 감정노동자 19위, 직업만족도 290등, 이것이 한때 잘나가던 치과의사의 현재 자화상이다. 이래저래 괴롭기만 한 요즘 치과의사들, 정말로 차라리 ‘도둑놈’이라도 되어봤으면 하는 이 심정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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