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다”
“인턴제 폐지,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다”
조원일 의대협회장 인터뷰 … 한국 의학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 이영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3.05.28 05:0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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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일 의대협회장

현재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예과 2년·본과 4년의 대학 졸업 후 의사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이후 인턴 1년·레지던트(전공의) 4년의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인턴이나 전공의를 거치지 않고 의사면허 취득만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으나, 대한민국의 전문의 비율은 90% 이상이다.

이러한 의학교육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인턴제 폐지’가 그 일환. 그러나 한국 의학교육의 현실과 학년간 이견 등으로 제도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오는 6월15일 인턴제 폐지안을 입법예고하고,  입법예고 전 전수조사를 통해 인턴제 폐지 시행년도를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입법예고와 전수조사 실시 전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최종 의견을 조율할 ‘인턴제 폐지’에 대해 의대협의 입장과 의학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지, 27일 조원일 의대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인턴제 폐지 시행년도가 정해지는 것은 좋으나,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 인턴제 폐지 입법예고가 2주 앞으로(6월 15일) 다가왔다. ‘인턴제 폐지’에 대한 의대협의 입장은 무엇인가.

“인턴제 폐지에는 동의하나, 법 시행 전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의대협의 입장이다. 좋은 정책이지만 보완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폭탄이다. 보완책 없이 인턴제가 폐지될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윗 단계로 올라갈 것이고, 외부에서도 저 학번은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 인턴제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턴제가 사실상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학생이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지만 의사로서 임하는 것보다 잡일을 하는 등의 업무가 주어지고 있다.”

-. 지난 15일 의대협은 보건복지부와 전수조사를 통해 시행년도를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시행년도가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

“시행년도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시행시기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전수조사 시행으로) 학생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한 것은 긍정적이긴 하나, 보완책이 제대로 갖춰진 상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그러므로 보건복지부는 향후 방향 등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공개해야 한다. 객관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은 피하기 위해 일찍 혹은 다음으로 시행년도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학년별, 서울권-지방권별로 싸울 수 있다. 복지부는 의대생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전수조사 전 확실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 전수조사의 내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시행되나?

“시행년도를 묻는 문항 초안이 나왔다. 1번은 ‘인턴제 폐지를 언제 시행했으면 좋겠느냐’로, 문항 4개(2015·2016·2017·2018)가 정해졌다.

시행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시행 기관 등이 선정되면 6월 초에 일주일 정도 각 학교·병원에서 서면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며, 의대협은 통계 결과만 통보받게 된다.”

-. 전수조사에서 시행시기만 물어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게 문제다. 지난 설문조사에서는 시행년도를 미루자는 의견이 많았으며,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인턴제 폐지) 찬·반이 박빙인 것으로 나왔다. 또 이번 설문조사의 경우 N수는 7700명으로 늘었으나, 공정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있었다. 설문조사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차라리 전수조사를 하자고 했다. 그러자 복지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시행년도를 정하자고 했고, 오케이를 했다. 시행년도가 정해지는 것은 좋다. 그러나 보완책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의학교육의 지향점이 합쳐지는 것이 필요하다.”

-. 의학 교육과정이 문제가 있는 것인데.

“총체적인 문제다. 임상실습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병원마다 다르다.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다. 국시는 치를 수 있게 교육이 이뤄져 있지만, 그것이 의학의 정도를 걷는 것은 아니다. 또 의학교육의 목적이 단체마다 다르다. 의학교육평가원, 국시원, 학장단협의회 등이 바라보는 눈이 각각 다르다. 그러다보니 아직 표준화되지 못하고 있다.”

-. 의학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임상실험의 표준화와 내실화가 중요하다. 표준화의 필요성은 학교마다 차이가 크다는 데 있다. 일부 학교에선 수술방에서 꼬맬 수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병풍처럼 서 있기만 한 경우도 있다. 배울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학생면허를 도입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으나,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말만 있고 보완책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 의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임상 실습이 강화되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의학교육의 지향점이 합쳐지는 것이다. 보통 의대를 나오면 의사가 되긴 하지만, 의학박사가 돼 인체 연구자가 될 수도 있는 등 의대생이 의사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의학교육의 방향성을 잡아야 하고, 획일화가 필요하다. 의학교육의 목표에 근거해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단체마다 (지향점이) 달라서 문제가 있다. 피교육자들은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

-. 의대생들은 인턴제 폐지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나.

“20개 학교를 넘게 돌아다녔는데, 관심도가 높았다. 특히 본과 3·4학년(2015년 인턴제 폐지될 경우의 과도기 학생들)의 질문이 많았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해 이미 정해진 사항에 대해서도 질문이 많은 편이었다. 또 대부분은 당연히 2015년에 시행된다고 알고 있었다. 시행년도를 정한다고 하니까 그런 것 같다.”

-. 왜 의대생이 ‘인턴제 폐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가.

“알릴 수 있는 창구가 우리(의대협)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알리려고 해도 페이스북 친구 아니면 잘 모르고, 일부 학교 학생회는 파급력이 약하다. 보건복지부는 행정기관이기에, 정보를 알릴 역할이 있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궁금한 사람만 알게 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정부 차원의 정보 공개가 없는 상태에서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학생들은) 사안에 대해 모른 채 투표하게 될 것이다.”

-. 인턴제 폐지와 관련, 의대협의 활동 계획은?

“전수조사까지 갔는데 2015년이 나왔다고 한다면 따라야 할 것이고, 시행시기 안에 복지부와 머리를 싸매고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다. 또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열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인턴제 폐지는 학생들에게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과도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하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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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3 2013-05-31 18:59:00
그리고 저희 학교의 경우 임상 실습 기간엔 모든 과를 한번씩 돌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지만, 인턴기간에는 "턴표"라는 것을 뽑아서 랜덤으로 몇개 과만 돌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임상실습 기간엔 주치의처럼 실제 환자를 한명씩 맡아서 전공의처럼 병력청취,P/E,의무기록 작성, 가상처방까지 하고 있습니다. 인턴폐지를 연기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임상실습에 맥이 빠지고 있는데 기본적인 일만 하는 인턴기간을 굳이 진로탐색을 위한 기간으로 남겨두기보다는 예정대로 2015년에 폐지했으면 합니다.

본3 2013-05-31 18:46:39
제 주변엔 온통 2015폐지를 원하던데요? 이미 컨센선스가 형성된 2015년에 폐지하는 것만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갑성 2013-05-30 15:44:29
언제시행해도 문제점은 있다 2015부터 시행 하면서 문제점 발견시 시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함

학생 2013-05-28 16:31:48
지난 설문조사에서는 시행년도를 미루자는 의견이 많았으며???
누가 그러데요? 2015년이 과반수 이상인데.. 왜그러시는건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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