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혁신적 신약’여부를 따질 근거가 없습니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이 시행되기 전인 2004년 당시 로슈는 푸제온이 ‘혁신적 신약’이라고 주장하며 A7(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조정평균가격인 43,235원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푸제온이 ‘혁신적 신약’이 아닌 ‘신약’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상대비교가를 적용하여 24996원으로 고시하였습니다. 이미 2004년도에 ‘혁신적 신약’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상황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또한 약제비적정화방안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혁신적 신약’이라는 범주가 없어진 상황에서 푸제온이 ‘혁신적 신약’인지를 검토할 근거는 없습니다.
2. 현재 푸제온의 대체제는 없습니다
푸제온이 ‘혁신적 신약’이 아니라고 해서 푸제온을 보험적용하지 않거나 공급할 필요가 없는 약제는 아닙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푸제온을 ‘진료상 필수약제’라는 평가를 했던 이유는 ‘3가지 계열에 모두 저항성이 보고된 경우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이고 ‘대체 가능한 다른 약제가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푸제온을 대체할 약제는 없습니다.
3가지 계열의 약제에 모두 저항성을 갖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 ‘셀센트리(화이자 제조)’, ‘아이센트리스(MSD 제조)’가 식약청 허가 심사 중에 있습니다. 허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용대비효과 평가(150일),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6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30일)을 받을 때까지 최소 240일이 걸리고, 약가협상 결렬시에는 최소 300일이 걸립니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이나 스프라이셀처럼 약가협상이 순탄치 않을 경우 더욱 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2007년 6월 21일 허가를 받은 에이즈치료제 ‘프레지스타’의 경우 현재 약가협상을 하기까지 약 300일이 지났습니다. 시판허가, 보험등재, 약가협상을 무조건 빨리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거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셀센트리’와 ‘아이센트리스’가 환자에게 공급될 때까지는 푸제온을 대체할 약제가 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푸제온은 앞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내렸던 평가와 같이 ‘진료상 필수약제’입니다.
한편 푸제온이 주사제이기 때문에 환자가 사용하는데 상당한 불편이 따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푸제온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3. 지난 4년은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던 시간입니다
대한에이즈학회는 2007년 12월말 기준 생존 감염인 4343명중 약 1000명이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투약중이며, 이들 중 치료실패환자(내성환자)는 88~138명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2006년 6월말 기준으로 약 120명의 감염인이 기존 3가지 계열의 약제에 내성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1)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치료경험이 있는 경우와 치료경험이 없는 경우의 유병률(각각 4.8%, 15.5%)과 감염인중 약제 치료환자비율 0.41(06년 HIV치료제 청구환자수/06년 생존 HIV감염인 수)을 적용하여 기존 3가지 계열 약제에 저항성이 있는 환자를 310명으로 추정하였습니다.
한편 현재 한국에서 보험등재된 에이즈치료제 16가지 중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12가지이고, 미FDA승인을 받은 에이즈치료제 중 14가지와 푸제온은 한국에 보험등재가 되지 않았거나 공급되고 있지 않습니다. 1987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HIV감염인이 발견된지 21년이 지나는 동안 기존의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에이즈환자들에게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즉 상당한 수의 HIV감염인이 2004년이후 4년동안 푸제온을 사용하여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박탈당하였습니다. 기존 3가지 계열의 약제에 내성이 생긴 HIV감염인들에게 ‘셀센트리’나 ‘아이센트리스’가 공급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천운을 바라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푸제온은 지금 당장 공급되어야 합니다.
4. 보건복지가족부는 책임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푸제온 약가협상이 결렬된지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하루속히 푸제온 공급방안을 마련해야할 때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왜 때지난 '혁신적 신약인지, 필수약제인지'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다시 판단하라고 한 것입니까? 이상에서 말씀드렸듯이 2004년부터 지금까지 푸제온과 관련한 상황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달라진 점은 작년에 ‘셀센트리’와 ‘아이센트리스’가 미FDA승인을 받음으로써 3가지 계열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로 푸제온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셀센트리, 아이센트리스, 푸제온 모두 환자에게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나 선택가능한 얘기입니다.
이미 결론을 내렸던 푸제온의 ‘필수약제여부’와 검토할 근거도 없는 ‘혁신적 신약여부’를 다시 검토한다고해서 약값과 공급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보건복지가족부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푸제온이 공급거부사례로써 유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가족부는 피해갈 수 없습니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약값을 결정할 당시에도 노바티스의 공급거부, 시장철수 협박이 있었고, 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후 진행되고 있는 약가협상에서 제약회사가 의약품 공급거부라는 카드를 들이밀어 협상력을 높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건복지가족부가 해야 할 일은 푸제온 약값을 안올려주면 로슈가 공급을 안할테고 약값을 올려줄 이유가 없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푸제온을 대체할 약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HIV감염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제입니다.
2008년 4월 24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건강연대, 사회진보연대,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준),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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