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병원, 한의원 등 각종 의료기관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가벼운 코감기나 목감기 때문에 내원한 경우도 있지만, 평소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체질의 사람들이 일년 내내 코감기에 시달리다 겨울철 뚝 떨어진 기온에 증상이 악화되면서 만성 비염이나 축농증, 중이염으로 번져 뒤늦게 내원하는 수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감기와 비염을 혼동한다. 보통 감기는 콧물, 코막힘, 발열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데, 비염은 감기에 비해 발열과 전염성이 없다. 그 대신 비염은 아침에 일어날 때 코막힘이 심하고, 코 안에 콧물이 가득 고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감기로 인해 콧물이 나거나 코가 막힌 경우에는 보통 일주일 후쯤 증상이 좋아지는 데 비해, 비염은 몇 달 또는 일년 내내 증상이 계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은 지하철이나 백화점 등 공기가 탁한 곳에만 가면 재채기가 심해지고, 기온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다 보니 혈액 내의 산소 양이 부족해져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감기와 비염은 잘 구분해서 치료해야 한다. 자신이 비염을 앓고 있는데도 콧물과 재채기 증상을 그저 감기라고만 생각하며 그냥 두었다가 나중에 만성 비염으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 비염은 폐가 약하고 열이 많거나 신체의 수분대사가 잘 되지 않을 때 생기는 병이라고 본다. 코는 폐를 위한 하나의 보조기관이며, 폐에 이상이 생기면 코에 질병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폐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하고 동시에 위장의 기운도 허약하면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비장의 양기가 부족해 인체의 저항력이 떨어지고 양명경(陽明經, 인체의 앞면 부위)의 기능이 약해졌을 때, 사람의 생명력을 생성하는 양기의 부족으로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도 비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정신적 피로 등으로 자율신경의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도 비염이 발생한다.
환경성 질환이자 알레르기 질환인 비염은 면역력과 자가치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고 본다. 코와 기도 점막의 방어 기능이 약화된 데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코가 아닌 폐를 치료해야 하고, 폐를 튼튼하게 만들어줌으로써 특정 물질이나 찬 공기, 건조한 공기, 탁한 공기에도 견뎌낼 수 있는 저항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 폐가 건강해지면 감기에도 자주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감기에 걸렸더라도 쉽게 나을 수 있다.
코는 눈과 귀, 부비강에 연결되어 염증이 쉽게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알레르기 비염을 앓은 이후 축농증이나 중이염을 앓는 경우도 많다. 물론 유전적인 성향도 있는데,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비염이면 자녀의 비염 발생률도 높아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비염도 폐가 건강하다면 문제없이 예방할 수 있다. 호흡기나 소화기 기능이 약해 식은땀이 나고 기운이 없는 사람은 기를 돕고 폐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치료에 접근한다. 다른 경우 식은땀을 잘 흘리지만 변비 증세도 있으면서 얼굴도 붉고 입이 마르는 증상까지 나타나면 열을 없애고 기가 가장 처음 발생하는 근원적인 면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 칼슘이 풍부하여 점막과 신경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해조류나 생선, 채소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맑은 공기를 자주 마시도록 하고, 폐 기능을 강화하는 생활 요법으로 폐의 건강을 지킨다면 알레르기 비염의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