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이나 다른 잠재적 환경 및 건강에 대한 위험분석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비용편익분석으로 압축된다. 이는 단순한 손익계정의 측면에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위험을 계측하려는 기업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토양의 비옥도, 물과 숲의 건강도 등을 돈으로 따져 본다면 얼마나 될까 하며 주판알을 튕기는 것이 기업가 정신일지도 모른다.
통상, 기업가들은 자연이나 환경문제 등을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데, 이 방법론들을 사용하면서 옹호할 수 없는 자의적인 가정들이 방정식에 도입된다.
이런저런 가정의 예를 방정식에 도입하여 주민들이 환경적 피해를 입었을 때 드는 비용은 얼마가 되며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의 대가는 어느 정도로 산출되는가 하는 것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손해나 피해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다.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위험의 규모를 예측할 수 없고 자료와 이론이 상충하며 사회적 가치들이 부딪히는데다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미지역 가스 누출사고가 잦아들고 있지만 여전히 걱정이 크다.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하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난지역 선포 등 적극대처에 나서고 있으나 의사결정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이런 사건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사건의 결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해를 끼친 측이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정치적인 술수와 억지이론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피해자 측의 방어이론도 포함된다.
피해자 측은 위험을 과장하고 이익은 축소하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어떤 위험까지를 보상해 줘야 하고 어느 정도면 양자가 만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그 위험과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위험평가 시스템인데 1970년대 말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고안됐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런 식의 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평가시스템은 “기껏해야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들을 분석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으려는 정직한 노력일 뿐”이라는 비평이 있다.
위험평가 방법론은 그 한계가 명백하다. 구미지역 가스 유출 사건의 초기대응 부실은 어느 정도 피해가 일어날 것인가를 제때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소방대는 중화제인 소석회 없이 물만 뿌렸고 10억원짜리 특수화학문석차량은 경보조치를 잘못 취했으며, 현재 피해지역이나 피해보상 산정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현재, 합동조사단이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평하고 객관적인 평가 및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지혜를 발휘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려는 호혜성 배려다. (본지 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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