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의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이 9년 새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2011 장기이식 통계연보'에 의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뇌사자의 장기이식은 1548건으로, 2002년 164건보다 약 9.4배 늘어났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특히 구미지역 국가들에 비해 장기 기증율이 비교적 낮아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웃 일본도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지만 근래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 비교해 보면 안타까운 면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몇 백년 지속해 오던 유교주의 사상에 영향을 입은 바 크다.
이는 바로 ‘신체발부수지부모불감훼상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不敢毁傷孝之始也)’라 하여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바로 효도의 시작이라는 가르침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사회의 트렌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말인 1895년, 백성들은 모두 상투를 잘라야 한다는 단발령에 반발, 의병까지 일으켜 항거한 것도 바로 이런 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변했다. 부모가 신체를 물러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신체를 고통받고 필요한 이웃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또 다른 인류애의 발동인 것이다.
오늘날 나눔과 공유의 가치는 전체 인류가 지녀야 할 보편적 덕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정의로운 보건의료의 분배, 공동체 정신, 취약한 생명체의 권리에 대한 관심등과 함께 새로운 철학적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나눔과 공유의 정신은 인체장기같은 의료적 분배뿐 아니라 지식공유 같은 사회과학적 분야에서도 활발하다. 위키디피아 같은 다국적 온라인 백과사전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8월 열린 대한민국 과학창의 콘서트에서 발의된 ‘사이언스 올지식 공유 프로젝트’도 이런 분위기를 창도해 나가는 나눔과 공유 정신의 발로에 다름아니다.
우리사회도 이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와 있다. 그동안 우리가 받은 것을 돌려주고 인류사회 공영에 이바지해야 할 때다.

자신의 신체를 반드시 필요한 타인에게 나눠주는 생명나눔의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그런 삶이 정녕 아름답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