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약 후려치는 건보공단...‘위험한 도박’
국산약 후려치는 건보공단...‘위험한 도박’
약가협상 요지부동...“대체제 없는 제약산업붕괴 시간문제”
  • 의약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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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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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상위제약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값 ‘후려치기’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제약업계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원망섞인 하소연까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약물의 보험목록 등재방식을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 리스트’(선별목록)로 변경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제약회사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식약청의 허가만 받으면 자동으로 약물의 급여목록 등재가 가능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공단과 약값을 놓고 지리한 공방을 벌여야한다. 그나마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가능한 일이다. 

◆제약회사, 보험등재 실패하면 수천억 손실 위기

그 과정에서 제약회사들은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약물을 개발해 놓고도 수백·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세계 최초의 고분자착염 개량신약(프리그렐)을 개발, 정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까지 받은 종근당이 대표적이다.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인 '플라빅스'(주성분 황산수소클로피도그렐)의 염류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만들어진 '프리그렐'은 단순히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만을 거치는 제네릭(복제약)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임상을 통한 독성시험, 단회 및 반복 투여를 통한 약동학 및 약력학적 특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모두 거쳐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종근당은 연간 1000억원 규모인 ‘플라빅스’의 개량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5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심평원 심의를 통과하고도 공단과의 약가협상이 결렬되면서 식약청 허가 1년이 넘도록 급여목록 등재에 매달리고 있다. 비급여 약물은 사실상 시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근당이 지난해 건보공단에 제기한 '프리그렐'의 희망가격은 오리지널(플라빅스) 대비 75%수준. 이번에는 희망가격을 68% 수준으로 낮추어 지난 21일 열린 심평원 급여심사를 통과했다. 희망약가 68%는 개량신약이 아닌 복제약에 적용하는 기준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보험급여를 받아야한다는 제약회사의 절박함이 배어있는 것이다.

 

▲ 손-발 따로 노는 보건정책...지난해 7월24일 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의 <개량신약 건강보험 등재기준>을 발표했었다. "개량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하지만 ‘프리그렐’이 포지티브 리스트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더 중요한 고비가 남아있다. 공단과의 협상이다. 만일 공단이 이번 희망가격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 프리그렐은 더 이상 기댈곳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종근당이 입는 손실은 1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비 회수는 고사하고 매년 100억원 씩 향후 10년간은 지속할 수 있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고도 험난한 보험등재 여정...곳곳이 지뢰밭 

이같은 일은 비단 종근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1일 열린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플라빅스’ 개량신약 ‘피도글’이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미약품은 오리지널 대비 80% 수준에서 희망가격을 제시, 보험등재 1차 관문 통과에 실패했다. 한미약품 역시 ‘플라빅스’의 화학구조를 변경한 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3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심평원 심의와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급여목록 등재에 최종 실패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수천억원이 날아갈 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저렴한 가격의 약물이 보험등재에 실패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보험가입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플라빅스75mg’의 보험상한가는 정당 2168원이다. 그러나 이 약물과 효능 및 안정선이 동일하게 개발된 ‘프리그렐’은 정당 약 1474원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에 빨리 등재될 수록 환자 및 보험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미약품의 ‘피도글’ 역시 오리지널인 ‘플라빅스’보다 값이 싸다.

◆건보공단, “약값 인하가 최선?”→‘보험재정 악화+국민부담 가중’

보험재정을 절감한다는 이유로 약값을 지나치게 후려치는 공단의 요지부동한 협상자세가 오히려 보험재정을 악화시키고 국민들에게 비싼약을 먹게 하는 ‘잔인한’ 단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똥오줌 못 가리는’ ‘옥상가옥屋上架屋’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미 심평원에서 급여판정을 받은 약물에 대해 공단이 ‘경제성평가’라는 미명하에 행사하고 있는 불평등한 관계속에서의 약가협상을 꼬집은 것이다. 

Y사의 한 임원은 “우수한 개량신약이나 제네릭(복제약)은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고가약의 대체제로서 뿐만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 권장되어야할 정책적 사안”이라며 “공단이 사사건건 약값을 깎는데 주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신약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국내 제약산업은 무너지게 돼 환자들은 외국기업들이 들여오는 비싼 약을 먹거나 치료를 포기해야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최근 벌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다국적제약사 항암제 1알 7만원...“값싼 개량신약은 NO!”

한국BMS제약은 자사가 개발한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의 정당 보험약값을 무려 6만9135원이나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과의 약값협상이 결렬된 이후 최근 심평원에서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열었지만 직권등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존 치료제인 노바티스사의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이 약물을 반드시 복용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BMS제약측은 아직 약값을 낮추겠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 환자들은 “BMS제약이 아쉬운 쪽은 환자라는 식으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판돈걸기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약값 횡포를 맹비난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약값이 비싸서 복용할 수 없다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죽는 한이 있어도 BMS측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고가약 전술은 매우 다양하다.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보험상한가는 필름코팅정100mg 기준 정당 2만3045원이다. 이 가격은 달러당 환율이 1300원대인 지난 2001년 확정된 것으로 달러약세가 지속되면서 환율이 1000원으로 무너진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국적제약사 약값 횡포...정부는 알고 있을까?

건상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시민단체들은 이것이 한국노바티스의 얄팍한 상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암환자로 분류되는 백혈병환자들은 현재 돈이 없어도 글리벡을 복용할 수 있다. 고가약 복용에 부담을 느낀 환자들이 약값인하를 요구하며 크게 반발하자, 한국노바티스가 슬그머니 선심(?)을 쓰고 나섰다. 환자 본인부담금 10%(정당 약 2300원)를 대신 지원해주고 있는 것.

초 고가약인 스프라이셀의 본인부담금 10%(정당 약 6913원)에 비하면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아니지만 노바티스는 이러한 선심을 통해 약값인하 차단과 함께 오랜기간 더 많은 환자을 대상으로 고가약을 판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신 보험재정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은 애써 태연하다. 반면 약자인 국내사엔 단호하다.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생산원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개량신약이나 기초수액제와 같은 필수의약품을 홀대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펴고 있다.

이런 건보공단을 두고 한 제약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심의기구를 이곳 저곳에 두고 피라미 낚시를 하고 있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건강보험료는 인상됐다. ‘6.4%’.

‘비즈니스 프랜들리’(기업 친화적)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뭐 달라지는 게 없을까? 기업들은 공단의 요지부동 협상자세에 변화가 오지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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