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죽으면 대형병원도 붕괴”
“중소병원 죽으면 대형병원도 붕괴”
[인터뷰] 백성길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
  • 배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2.06.25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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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치자면 정부는 뿌리, 대형병원은 큰 가지, 중소병원은 작은가지이다. 작은가지가 썩으면 나무가 죽을 수밖에 없다.” (백성길 대한중소병원협회장)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KTX 등의 일반화로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지방 환자들까지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등 병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빅5 대학병원에 지급한 건강보험급여비는 전체 44개 상급병원에 지급한 총 진료비 5조 7133억원의 약 37%에 달하는 2조 971억원에 달한다.

반면 중소병원의 폐업률은 경영난과 인력난으로 인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제 9대 중소병원협회장으로 선임된 백성길 회장을 만나 앞으로 중소병원이 극복해야 할 과제와 최근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포괄수가제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중소병원의 경영사정은 어떠한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지방 대형병원까지 어려운 현실이다. KTX 활성화로 인해 환자들이 수도권에 있는 3차병원으로 몰리면서 이차의료를 담당하는 중소병원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축구로 치자면 중소병원은 미드필더라고 할 수 있다. 미드필더가 무너지면 공격과 수비 모두 깨질 수 밖에 없다. 중소병원이 죽으면 대형병원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병원의 인력난이 극심하다 보니 결국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병원 폐업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 중소병원의 인력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방에서는 전문의를 뽑으려고 해도 응시자가 없다. 대형병원에서 펠로우 제도를 도입해 싼 인건비로 전문의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대형병원의 수지타산에 기여하게 되지만 중소병원은 가장 필요한 전문의를 펠로우 제도 때문에 잃게 된다.

대형병원에서 과장이나 조교수 급의 스텝을 금방 고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보니 펠로우를 하는 전문의의 차수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중소병원이나 거점병원에 취업해야 하는 전문의는 줄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병상 증설을 멈춰야 한다. 현재 대형병원들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병상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방 의료기관이 망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정부에서 병상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 백성길 중소병원협회장

-. 현재 의료계 내 핫이슈는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포괄수가제’이다. 의료계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반대하고 있는데 병원계에서는 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병원계도 무조건 포괄수가제를 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반대의 기치를 걸고 조건만 충족한다면 하겠다는 ‘조건부 찬성’인 것이다.

중소병원들도 포괄수가제에 반대하지만 재정확충을 통한 수가조정을 전제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의협이 포괄수가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수술을 거부하는 등 무조건 반대 의사만 내비친다면 정부와 합의안을 도출하기 힘들다.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은 맹장염이라도 똑같은 맹장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중증도가 다를 수도 있고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질병의 세분화 표준화작업을 통해 의료계가 수긍할 수 있는 요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 건정심 구조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건정심 구조는 3분의 2 이상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수가 협상을 할 때 의료계와 병원계는 불리했다. 병원계도 현재 3년째 1~2% 증가에 불과한 수가를 협상했다. 이는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공정한 건정심 구조체계를 이뤄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과 연동한 수가 상승률을 결정해야 한다.

의료산업은 신성장동력산업이다. 정부는 이러한 산업에 대해 규제 완화는커녕 오히려 억제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의 이유는 재정의 파이는 일정한데 나누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포괄수가제는 공리적인 차원에서 도입은 돼야 하지만 재정규모를 증가시키는 것이 선제가 된 후 진행돼야 한다.”

-. 앞으로 중소병원협회의 계획은?

“현재 신임 집행부를 지역이 골고루 분배된 30~40대 중심의 청장년층으로 구성했다. 앞으로 중소병원 개선의 성격을 띤 정책위원회를 만들어서 간호등급제 저지와 병상 신증설 TFT를 만들 계획이다.

또 건정심에서도 중소병원을 순수하게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이 구성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중소병원 경영난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이다.

병원협회 내에서는 중소병원 구성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병협 내 이차진료기관협의체나 중소병원경영자단체 등을 별도로 구성해 법인화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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