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비정상적이다
장기기증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비정상적이다
보험사들, "장기 기증자는 비정상인" 편견 버려야
  • 장향숙 의원
  • ablelife@assembly.go.kr
  • 승인 2007.04.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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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향숙 의원
우리는 종종 언론을 통해 부모나 형제들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거나 간의 일부를 떼어 주어 생명을 구했다는 기사나 보도를 접한다. 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대단한 일을 한 용기 있는 자라며 응원한다.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따라 나오는 논평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이 이식만하면 살 수 있는데 기증자가 부족해 이식을 받지 못하고 결국은 외국으로 원정을 가서 불법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정부와 민간단체에서도 장기기증을 활성화하여 수많은 생명을 살려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장기기증을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장기기증자에 대한 차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민간 보험사들이 장기기증자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장을 거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국 66개 장기이식의료기관에서 장기기증자 차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이 보도가 나가고 난 뒤 민간장기기증단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호소해온 기증자들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장기기증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증자에 대해 우대정책을 마련해도 마땅치 않는데 기증자를 차별한다니 우리사회의 이중적 단면을 본거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민간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 지급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어 하는 건 경영논리상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장기기증에 있어서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옳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차별실태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보험사들이 ‘장기 기증자는 비정상인’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기증 대부분은 신장 기증인데, 신장을 하나 떼어내 주더라도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의학계와 정부는 이야기한다.

생명윤리가 엄격한 미국도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고자 다각도의 노력을 하는데 이는 이미 기증에 따른 건강상의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안전성에 대해서 의학계와 정부가 보장함에도 구체적인 근거 없이 막연히 정상인, 비정상인을 나누고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비정상인에 대해서는 차별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장기기증자와 기증자가 아닌 이들 사이에 약간이나마 건강상태에 차이가 있더라도, 이를 문제 삼아 차별한다는 건 옳지 않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이들을 어느 정도 우대해주는 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일이다.

또한 기업의 이윤추구에도 기업윤리라는 것이 있다. 보험사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근거 없는 편견을 기정사실화하는 이러한 운영과 차별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장기기증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장기기증자도 보험사의 시각에서는 장애인으로 간주한다)에 대해 각종 차별을 자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2월 국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켰고 ‘장기기증자 차별을 금지하는 개정안’도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법과 제도로 강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사회에는 통념이라는 것이 있다. 그 통념은 ‘굳이 법이 아니어도 당연히 그렇게 한다’라고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규범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사회에서 장기기증자에 대한 통념은 무엇인가? 과연 장애이거나 비정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나 행동과 의식이 다르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더욱이 모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과하는 우리사회가 바로 비정상적인 사회인 것이다. 법과 제도만이 능사가 아니라 올바른 상식과 사회적 합의로도 원만히 세상이 굴러갈 수 있는 시대가 조속히 찾아오길 바란다.

[장향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비례대표) 약력]

-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1.2대)
- (사)부산여성장애인연대 회장(1.2대)
- (사)부산장애인총연합회 부회장
- 여성부 정책자문위원
- 부산여성단체연합 부대표
- 열린우리당 장애특위 공동위원장
-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장향숙 의원 홈페이지 : www.able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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