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약가정책, 보다 신중히 설계하라
복지부 약가정책, 보다 신중히 설계하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6.0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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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 공보의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 소송에서 복지부가 잇따라 패소했다. 남은 4개 제약사와의 소송 전망도 매우 비관적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승복치 않고 항소할 뜻을 굳혔다고 한다.

철원 리베이트-약값인하 사안은 2009년 8월에 도입한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의 첫 사례로, 연동제 정책시행의 성공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일어난 철원 공보의 리베이트 관련 1심 소송은 일단 이달 안에 마무리되겠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항소심으로 가게 될 전망이다.

철원공보의 리베이트-약가인하 소송은 복지부가 의약품 처방 대가로 공중보건의에게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된 영풍제약, 한국휴텍스, 구주제약, 동아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 7개 제약사의 131개 의약품 가격을 최대 20% 인하토록 처분한데서 시발됐다.

제약사 측은 이에 불복해 인하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함으로써 약가인하 조치는 본안 소송인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행이 연기됐다. 이제 제약사측이 승소함에 따라 징벌적 약가인하 처분은 시행 첫발도 떼지 못한 채 복지부 법규집에서 잠자야 하는 신세가 됐다.

과도한 의욕으로 연동제 뒤뚱 … 화를 자초한 복지부

최근 들어 법원은 의·약계의 리베이트 관련자에 대해 비교적 엄격히 판결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2년 이상의 집행유예와 억대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약계의 오랜 리베이트 관행이 건전한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국민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사안이 가볍지 않은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쌍벌제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엄격히 처벌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지부가 최근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약계 리베이트를 청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일벌백계하겠다는 뜻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아무리 자유재량 행위라 하더라도 한도를 넘거나 남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번 철원공보의 사건 처리에서도 복지부는 제약사측이 범한 위법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셈이 됐다.

승소한 동아제약의 경우 철원보건소에 제공한 리베이트가 340만원, 보건소의 동아제약 의약품 처방액은 1200여만원인데 비해 동아제약의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손실은 4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니 제제수단으로서 가혹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하겠다.

약가인하라는 행정처분은 행정기관이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공권력을 발동하는 행위다. 그런 만큼 많은 제재 가능성 중에서 공익성과 합목적성에 비추어 판단하고 선택해야 옳았다.

‘갑’의 입장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유재량 행위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어 이를 벗어난 처분은 위법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복지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복지부의 오만함이 지나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약품 리베이트 척결’ 정책목표 퇴색돼선 안돼

가뜩이나 제약업계는 ‘8.12 일괄약가 인하’ 조치로 생존을 위해 생소한 분야에서 수익원을 찾고 극단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더하여 비록 일부 품목이지만 또 약값을 최대 20% 내리라는 것은 사지로 내모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제약업계가 ‘8.12 일괄 약가인하’ 조치에는 크게 저항했지만 대부분 법적 다툼없이 승복하더니 왜 철원공보의사건 약가인하에는 관련 제약사 모두 소송을 불사하는지 복지부는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복지부의 과잉의욕 내지 오만함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척결’이라는 훌륭한 정책목표가 좌초하거나 퇴색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를 무효화시킨 게 아니고 다만 특정한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었기에 위법하다고 지적한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복지부는 연동제 운용의 묘를 살려 고질병인 의약품 리베이트를 없애는 데 힘써 주길 바란다.

정책을 설계할 때는 정책목표뿐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도 진지하게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정책으로 규제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는 정책대상의 입장을 감안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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