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DRG 갈등 대화로 풀어야
파국으로 치닫는 DRG 갈등 대화로 풀어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5.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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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확대 시행될 예정인 포괄수가제(DRG)를 놓고 의사협회와 정부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확대 적용하는 고시개정안을 심의하는 도중 소속 위원 2명이 퇴장한 후 건정심 탈퇴를 선언하는 강수를 뒀다.

의협은 이에 앞서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원 경영 악화를 가중시킬 우려가 큰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을 전면 거부한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이어 노환규 의협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복지부가 시행을 추진하면 건정심에서 탈퇴하겠다”고 강경입장을 통보하는 등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복지부는 아랑곳없이 이번 주 내로 절차를 마무리짓고 계획대로 7월부터 DRG를 확대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7월부터 시행된다 하더라도 파행운영이 불가피하다.

DRG는 시범사업 등을 거쳐 2003년부터 백내장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선택적으로 실시돼오면서 적지 않은 병·의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용기반도 상당부분 닦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의 반발로 정상 출범이 불투명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15년 가까이 실시되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다듬어져서 현재 동네의원의 83.5%, 병원급은 40.5%, 종합병원은 24.7%가 자율적으로 DRG에 참여하는 등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더욱 아쉽다. 더구나 의료계가 올 7월부터 전면 시행키로 정부와 합의해 놓고 이제와서 합의를 뒤집는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의료계, 정부와의 합의 깨다니 실망

DRG는 검사나 진료 횟수, 입원일수에 관계없이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다. 일종의 정찰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잉진료나 비급여 진료를 예방 내지 축소함으로써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추고 건보재정 지출도 억제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나아가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의 불신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의료서비스는 특성상 의료소비자(환자)와 공급자(의료인·의료기관)간에 정보의 비대칭이 있어 진료비가 공급자의 재량에 달린 측면이 강하다. 진료행위 하나하나에 값을 매기는 행위별수가제(FFS)는 진료의 양이 통제되지 않는 단점이 있는데 DRG는 이를 보완하는 메카니즘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DRG가 도입되면 의료계가 큰 피해라도 입을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이 제도를 이미 실시한 선진국들의 경우에서 입증됐다. 8년전 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도 처음엔 의사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병원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해본 결과 불필요한 지출이 합리화됐고 병원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도 30년전에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최고 의료 선진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미국병원 연수를 하러 가는 의사 행렬은 DRG가 의료계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의협측은 DRG 전면 도입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러나 15년간의 시범실시 결과 합병증 재수술 등 부작용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의료계 우려 흘려들어서는 안 돼

그렇지만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이같은 우려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만일의 경우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의협은 현행 수가가 원가의 8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또 DRG가 신의료기술 도입을 막는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보건당국은 예정대로의 시행도 중요하지만 의협측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이러한 문제점들을 세밀히 검토해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새로운 치료법에는 일정한 조건하에 진료비를 추가할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침 의협도 파업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의협도 차제에 눈을 높이 떠 국제 의료계의 흐름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의사의 진료 자율성 확보보다 진료과정의 표준화가 새로운 조류로 등장하고 있다.

지나치게 직역 이기주의에 함몰돼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면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의술을 왜 인술이라고 하는지 성찰해보기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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