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잘못 또는 부주의로 국내 병원에서 연간 4만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놀랍고도 믿기 힘든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응급의학과 이재호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발간하는 ‘건강보험통계연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국내 병원 입원 환자 574만4566명 가운데 평균 9.2%가 의료 과오를 경험하고 이 중 7.4%인 3만9109명이 사망했다.
이같은 충격적인 결과는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 6830명보다 5.7배, 산업재해 사망자 2089명보다 18.7배나 많아서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사망 이유도 기가 막히다. 병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약을 주거나 용량을 초과하는가 하면, 혈액형이 다르게 수혈하고 상관없는 다른 장기를 절제하여 죽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의료사고는 그간 대부분 환자의 피해로 돌아갔다. 환자가 병원이나 의료진의 책임을 입증할 방법이나 수단이 제대로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의료진의 잘못 또는 실수에 의한 안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법은 멀기만 했으며 이로 인한 환자의 고통은 갈수록 심화됐다.
의료진 중 일부 양심적인 사람이 있어 사실을 밝히거나 도와주지 않으면 사건은 피해자의 일방적 패배로 종결되고 마는 게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병원이나 의료진들은 진료기록조차 보여주기를 꺼려한다. 또 동료 의사의 잘못을 숨기고 오히려 도와주기까지 한다.
어떤 병원은 진료기록을 위조하고 추가 기재 등을 통해 사건을 조작하기도 해 멍든 환자의 가슴에 또 한 번 상흔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모든 병원이나 의료진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공개를 기화로 우리 모두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병원이나 의료진은 진료기록을 철저하게 보관하고 상호감독하는 시스템을 구비하여 사실 인정의 기초자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환자에게는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대처방안 등을 설명해 줘, 이해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의료진이 사고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할 경우, 의료 과오에 의한 사고일 것이라고 환자들은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오히려 문제해결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의료과오가 발생한 뒤, 사후 대응을 잘 했다면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 비율(예방 가능 비율)이 사망자 중 평균 43.5%(1만7012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과는 병원이나 의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상일 교수의 말처럼 환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감시 및 보고체계 강화가 시급하다.
관계당국과 의사협회 등 의료기관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예방 및 개선방안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