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법제화로 논쟁 끝내자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로 논쟁 끝내자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4.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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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말기환자의 과도한 의료이용문제는 이제 환자 가족과 의료기관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보건의료정책과제로 다루어야 할 때다. 그동안 막연히 환자가 사망하기 직전에 많은 의료 자원이 투입-소모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주 진료비 분석을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암으로 사망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사망 전 1개월 동안에 전체 의료비의 33%를 지출한 것이 보고된 터다. 생애말기에 실시되는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한없이 용인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이참에 사회적으로 본격 논의를 벌여 결론을 냈으면 한다. 

환자의 생애말기 1년간 입원진료비가 일반환자의 13.9배가 된다는 심평원 조사결과는 일반의 예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함을 보여준다. 진료항목별 비중이 가장 높은 주사료의 경우 말기환자가 일반환자보다 22.2배 많았다.

특히 35세 이하 병사자의 사망직전 1년간 진료비는 일반환자에 비해 63.8배나 됐다. 환자측이나 병원 모두 환자가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매달려 온 게 임상 의료현장의 실상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의료비 급증

환자와 의료진 의견이 반영된 생애 말기 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국민 의료비 절감은 물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은 지난 2000년 4.8%에서 2010년에는 7%로 급증했다. 막대한 국민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은 물론 국가 재정에도 커다란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환자의 병세와 필요에 따라 적절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진료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말기 환자에 대해서도 너도 나도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어느 사이 하나의 관행으로 고착화됐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 암환자의 경우 항암제가 더 이상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생기는 말기인데도 항암치료에 집착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센터장이 조사한 결과 임종 한달 전쯤에서도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비율이 미국은 10%선인데 우리나라는 30.9%라고 한다. 그만큼 무의미한 과잉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임종 한달전 항암치료 비율 31%로 미국의 3배

우리나라도 한때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법제화 움직임이 일기도 했으나 무산됐다. 4년전 김모 할머니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출혈에 의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사건에서다.

식물인간 상태가 3개월간 지속되자 김 할머니의 자녀들은 모친이 생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해온 점을 존중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듬해 5월 대법원은 국내 최초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존엄사 논쟁이 일자 복지부는 종교 의료 법조계로 협의체를 구성해 연명치료 중단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010년 종료된 것은 매우 아쉽다. 이번 심평원 진료비 분석자료는 의료자원 분재 방안 마련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80% 이상이 찬성했다. 임종에 가까울수록 의료비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치료 대신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

더구나 이 중 적지 않은 부분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발생한다. 임종직전 상황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검사와 치료를 계속해 환자측은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말기환자를 위한 의료환경, 의료비 부담, 환자 서비스 질로 구성된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40개국 중 전 분야에서 20위 이하로 평가됐다.

사망 전 의료 서비스는 치료뿐 아니라 완화와 돌봄의 관점에서 ‘편안한 죽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고비용 치료 중심의 병원 서비스가 아닌 죽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말기 서비스 제공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완화의료(호스피스 치료) 서비스의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완화의료를 말기환자의 의료이용 대안으로 제시할 정도다. 완화의료는 병원뿐아니라 가정에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수가 책정 등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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