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장관이 결자해지할 때
임채민 장관이 결자해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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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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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8.12 약가인하 고시’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4개 제약사 중 일부가 소 취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제약사들도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갈지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4월1일 약가인하 시행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기는커녕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전체 제약업계도 약가인하 고시를 “제약산업 말살 정책”이라고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던 때와는 영 다른 태도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약값인하 행정소송에 참여하겠다고 큰 소리쳤던 때가 언제였느냐는 듯싶다. 제약협회가 소송이탈을 막기 위해 상위 10대 제약사들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했으나 모든 제약사들이 불참하면서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결국 올 것이 온 것뿐이다.

물론 제약협회가 윤석근 이사장 체제로 바뀌면서 중소제약사와 대형사로 나뉘어 갈등을 빚은 탓도 있다지만, 소송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  오히려 업계의 내부 분열이 150 대 1로 진행될 듯했던 소송에서 완패를 하게 된 요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칼 자루 쥔 복지부 상대 소송제기는 무리수

업계 안팎에서는 당초 약값 결정의 칼자루를 쥔 주무부처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무리였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병법이 기피하는 ‘지는 싸움’을 벌인 것이다. 승소하더라도 그 이후 복지부와의 불화관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소송에서 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부 장관의 약가인하조치가 딱히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많은 제약사들이 참여해 승소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약값은 종전 수준대로 유지되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국적사와 토종제약사보다 약값이 비싸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복제약이 오히려 오리지널 약보다 비싸지게 된다. 복제약을 처방하던 의사들은 오리지널 약으로 바꿀 게 뻔하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질 게 눈에 보이는데 무턱대로 소송에 뛰어들 수는 없을 것이다.

8.12 약가인하 고시가 시행되면 6508개 품목의 약값 인하로 제약사들은 복지부 추산으로도 연간 1조7000억원의 매출이 줄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약업계의 연간 영업이익 1조6000억원 수준을 넘는 규모다.

제약산업계로서는 적자경영을 피할 길이 없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대웅제약은 약 800억원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동아제약은 620억원, 종근당 506억원, 한미약품 446억원, 유한양행 355억원대로 예상됐다.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서도 약값을 내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영업이익 이상을 통째로 깎는다는 건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다. 정직하게 얘기하면 횡포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을 육성해야 할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가 나 살자고 업계에 덤터기를 씌운 거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제약사들은 생존하기 위해 우선 R&D투자 축소, 인력감축 등 비상경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 미국 등과의 FTA체결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국내시장 공세가 강화되고 있어 약 효능을 개선하든지 신약을 개발하든지 해서 어느 정도 내수시장을 지키고 해외로 진출하지 못한다면 사망시기를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이야말로 제약산업 육성에 올인할 때 

봄이 오고 있지만 제약업계는 오히려 추운 겨울을 맞는 분위기다. 그래서 올 4월은 어느 해보다 잔인한 4월이 될 조짐이 보인다.

이쯤에서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 절대적 약자로 딜레마에 빠진 제약업체들을 만나 고민을 듣고 제약산업의 갈 길을 논의할 것을 권한다. 승자의 아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정통경제관료 출신으로 실물경제에 밝은 임 장관이 위기의 제약산업을 살릴 구원투수로 적격이라고 본다. 제약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으로 육성할 시기 또한 바로 지금이다.

그 출발점이 이번 4월이 돼야 한다. 그래서 공포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4월을 희망의 4월로 변신시켜야 할 것이다.

일찍이 영국 시인 초서는 4월을 이렇게 노래했다. “4월이 오면/은근하게 내리는 비가/3월의 가물었던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제피로스’는 숲과 들판의 연약한 싹에/생기를 불어 넣도다.”

제약업계는 복지부 장관이 꽃의 여신 플로라의 남편인 제피로스의 역할을 해줄 것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제약업계와 동반자의 입장에서 길 동무가 돼 미래성장산업의 새 싹을 트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약값 후려치기를 한 정부가 당근으로 내놓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은 이름만 그럴듯하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업계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신약개발을 지원한다며 1조원 펀드를 조성한다는 것도 그렇다. 규모도 미흡하기 짝이 없지만 정부와 민간이 5 대 5 비율로 출연하면서 정부가 전액 지원해주는 것처럼 생색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부, 한미FTA로 인한 제약업계 피해 보완책 있나

농업의 경우 FTA에 대비해 오는 2017년까지 10년간 54조원을 투입하는 것과 대조된다. 한미FTA의 대표적 피해산업인데도 뚜렷한 지원책이 없다. 이러고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 아래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표적 신약으로 꼽히는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정의 경우 개발사인 보령제약이 250억원을 투자했고 정부지원은 32억원에 그쳤다.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는 연구개발비 3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정부 출연금은 한푼도 없었다.

제약산업의 장래가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제약업계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일동제약은 올해 7건의 개량신약 임상에 들어가는 등 신약개발 대장정에 올랐다.

동아제약은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올해 작년대비 40% 늘어난 890억원의 R&D투자를 확정지었다. 약가인하로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되는 대웅제약은 작년보다 7% 많은 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면위기를 연구개발로 돌파하겠다는 제약업계의 의지가 꺾이지 않고 불씨가 살아나도록 북돋아주는 게 최우선 과제다. 창조하는 자는 더불어 창조할 자를 찾는다고 하지 않는가.  임 장관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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