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도덕성 판단을 묻다
의사의 도덕성 판단을 묻다
  • 주장환 논설위원
  • admin@hkn24.com
  • 승인 2012.03.12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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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 도덕성과 정직성은 어떤 척도로 가늠돼야 할까?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환자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거짓말은 과연 정당할까?

로빈쿡의 소설 ‘위기’는 강력한 서스펜스로 이런 물음에 다양한 사고의 동기들을 부여하고 있다. 의사 크레이크는 담당하던 환자가 죽자 의료사고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재판을 받는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땅에 묻힌 사체의 부검을 시도하는 등 발버둥을 쳐보지만 보이지 않는 음모세력들의 위협이 목을 짓누른다.

이 소설에는 의료과실과 인간적 고뇌라는 두 창을 통해 의료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루아침에 의료 과오자로 낙인찍혀 버린 의사, 그리고 냉혹한 사회현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정녕 자신의 과오를 환자들에게 고백할 수 있을까?

이런 딜레마에 대부분의 의사들이 고민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정직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리자 레조니라는 의사가 동료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호기심에 못 견뎌 조사한 것으로, 조사대상 1900명 중 3분의 1이 자신들이 환자들에게 행한 의학적 실수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리를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5분의 2가 제약사나 의료기 기사들과의 뒷돈 거래를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진료 대기 순서를 앞당겨 주는 등의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국내 병원뿐 아니라 캐나다나 미국 등에서도 빈발한다.

이런 일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사람들은 의사의 부도덕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뒷돈거래나 실수를 숨기는 추악한 짓은 그렇다치고 환자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어떨까?

다시 말해 환자가 곧 죽을 병에 걸렸다고 하자. 그럴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판단하기가 꽤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보면 벌을 받지 않으려 혹은 상을 받으려고 규칙을 지키는 인습 이전 수준에서 다른 사람들한테서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또는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규칙을 지키는 단계를 거친다.

또 개인이 규칙에 대한 사회의 필요와 잘못된 행위에 대한 양심 가책이나 죄의식을 인식하는 인습수준을 지나게 된다.

그런 다음, 서로 경쟁하는 가치와 모순되는 가치가 있다는 것과 어떤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거나 보편적인 도덕적 원칙들의 정당성을 인식하고 그들에 대해 언급하는 단계인 인습 이후 수준 등의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어느 정도의 도덕성 발달 수준에 와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도 한번쯤 필요해 보인다.  <본지 객원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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