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병과 자아에 대한 단상
알츠하이머 병과 자아에 대한 단상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2.02.13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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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를 세운 로저 윌리엄스는 사망 후 자신의 집 정원에 자라던 사과나무 아래 묻혔다. 주 정부가 그의 시신을 이장하고 그 자리에 주 창설 300주년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1936년 관을 열자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253년간이란 긴 세월이 지나면서 사과나무 뿌리가 관을 파고 들어와 뿌리들은 정확히 인체의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두개골로 뿌리가 들어와 뼈의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등뼈를 타고 내려가 두 다리 뼈로 갈라졌다. 사람들은 대대로 그 사과나무에서 자란 사과를 먹었다.

이 사건은 인간 동일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비약이 될지 모르지만 같은 사과를 먹은 사람들은 로저 윌리엄스의 유전자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그들 모두는 피를 나눈 형제가 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우리의 몸과 마음의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고 변해가는지 생각해보고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인지에 관한 물음을 우리는 수천년 동안 해 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현재 나의 기억과 동일한가, 그래서 진짜 동일한 사람인가 하는 것도 캐묻기를 좋아하는 철학자들의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기억은 완전할 수 없다. 내 정신이 일시적으로 단절됐더라도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단계에서 일시적으로 기억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나는 역시 나이다. 즉 환자가 부모나 친지,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강도라 생각하며 폭력적 행동을 취하고,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이 손상되더라도 기억력이 되돌아오는 한, 나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을 다 잊어 버렸을 때도, 역시 나인가 하는 질문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켜켜히 쌓인 층들이 제거되고 찌꺼기까지 버려진다면 정말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뇌수술을 통해 뇌의 1%정도만 제거된다면, 나는 그대로 나일 것이다. 그러나 100%가 파괴되고 대체된다면 그래도 나일까?

몸뚱아리는 나이지만, 자아는 내가 아니고 대체된 조합체, 그것일 것이다. 이것은 인체의 다른 장기(다리, 손, 얼굴, 간, 폐 등) 전부가 대체되어도 여전히 나인 것과는 다르다.

알츠하이어 병이 무서운 것은 여기에 있다. 만약 뇌기능 전부를 잃는다면 나라는 존재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알츠하이머병 예방법과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있는 가운데 피부 T세포 림프종 치료제 ‘벡사로텐(bexarotene)’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이상단백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진)

이 결과가 눈에 띄는 것은 쥐에 벡사로텐을 투여한 결과, 뇌 속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가 2주 투여로 75% 감소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이상단백질이 뇌신경세포에 축적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실시될 임상시험에서도 동일 결과가 나온다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새장을 열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과나무 뿌리가 뇌를 파고들지 않는 한 자아를 잃어버릴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본지 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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