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차관의 막말을 접하며
복지부 차관의 막말을 접하며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2.01.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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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손건익 차관이 18일 건강보험공단 수요포럼에서 강연하면서 거침없이 털어놓은 막말을 두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손 차관은 이날 리베이트 근절과 8.12 약가인하 정책 시행에 대해 “철저하고 잔인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약가인하·리베이트 근절 방침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거친 단어까지 들먹였을 것이다. 그러나 부화뇌동하지 않고 냉정히 뜯어보면 참으로 고약한 발언이다. 게다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 고사(故事)의 전형이 아닌가.

영원한 ‘을’인 제약업계야 ‘슈퍼 갑’인 복지부의 태도가 못마땅해도 뭐라 할 처지가 못 될 것이다. 하지만 3자의 눈에는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오랫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달리는 2인3각 경기를 하다 상황이 바뀌니 이젠 ‘나 몰라라’하며 등을 돌리는 행태로 비친다.

리베이트문제도 복지부가 알면서도 눈 감아온 사안이다. 그래서 고질병이 된 것인데 이제와 딴 말을 한다.

아무리 건보공단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사내강의라 하더라도 시정건달들이나 썼음직한 험한 말들이 정제되지 않은 채 고위공직자의 입에서 그대로 튀어나왔다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는 감이 든다.

정제되지 않은 막말 강의

제약업계가 지난 1년 내내 리베이트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자 이참에 여론을 업고 칼을 휘두르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구나 제약행정은 규제정책이 공인된 분야니 제약사들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 국내 제약산업이 허약한 체질로 굳어져 안방에 안주하게 된 것은 그 누구보다 정부의 탓이 크다. 정부가 약효나 원가 등을 별로 평가하지 않고 적지 않은 이윤을 보장한 정책을 편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 수 있는데 어느 기업이 연구비 들이고 애써가며 신약개발에 힘쓰겠는가.

그러니 제약사들은 의약품의 질에 의한 경쟁보다 광고나 리베이트에 의해 시장을 확대해왔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이 R&D투자비의 2~3배 이상이었다는 분석이 이를 말해준다.

이제 뒤늦게 철이 난 제약업계가 신약개발과 글로벌시장 진출로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마당에 극약처방을 들고나온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편작이나 화타 같은 중국의 명의는 환자의 병세를 살펴가며 기를 보충한 뒤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환자와 질병을 함께 죽여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오는 4월 약가인하를 앞두고 상당수의 제약업체들은 아직도 올해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상위 제약사들도 올 경영목표를 현상유지에 두고 있다.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5개 대형제약사마저 올 실적의 현상유지를 다짐했을 정도다.

대부분은 마이너스 성장만은 막아야 한다며 쥐어짜기 경영에 골몰하고 있다. 이 판에 돈이 들어가는 연구소는 찬밥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약가 인하는 제약업계가 받아들인 만큼 순차적으로 진행하되 이에 못지않게 산업육성책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복지부는 규제하는 데 익숙해 있는지 몰라도 현대행정은 조장행정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부처기능이 규제행정에서 민간을 지원하는 조장행정으로 전환돼야 하는 대표적인 부처가 복지부다. 

"철저하고 잔인하게 정책 시행"

손 차관은  옥석을 가린다며 “국내 250개 제약기업 중 R&D를 중시하는 제약기업 50여개만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제약사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건산업정책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분야도 드물 것이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질서와 룰을 만들면 된다. 위협의 방식으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설득과 타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제약기업의 생존과 도태는 시장에서 의료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야지 정부가 ‘돌격 앞으로’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제약기업의 옥석은 경쟁과 상벌체계의 일종인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레 가려지는 법이다. 정부가 억지로 권한다고 해서 위축된 제약산업이 일어서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주도하다 실패한 정책이 어디 한 둘인가. 굳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관련 기사]

-. 손건익 “제약업계 옥석가리기, 철저하고 잔인하게”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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