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제국’ 끝낸 일양약품에 박수를 보낸다
'글리벡 제국’ 끝낸 일양약품에 박수를 보낸다
  • 노영조 논설주간
  • admin@hkn24.com
  • 승인 2012.01.0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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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중견 제약사인 일양약품이 0.2%의 가능성에 도전해 백혈병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일양약품의 신약 ‘슈펙트’는 기존 항암제의 약물부작용, 안전성 등 단점을 개선해 백혈병 환자에 희망의 빛을 비춰주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신약'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새해들어 주요 제약사 CEO들이 R&D투자확대와 글로벌 신약개발로 세계제약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다짐한 가운데 나온 값진 성과다. 특히 일양약품은 연 매출이 1400억원 정도로 제약업계 랭킹 15위권 이하다.

전문의약품보다는 드링크류를 주로 생산해온 비주류 제약사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제약업계 2위에 오르기도 했던 일양약품은 권토중래를 꿈꾸며 이 신약개발에 사활을 걸었다고 한다. 이제 도약의 소중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 희망을 전하는 낭보에 이어 연구개발을 추진중인 제약 바이오기업들의 ‘토종 신약’이 속속 뒤를 잇기를 기대한다. 연 13조원 수준인 국내 시장에서 불법 리베이트 논란에 시달리며 250여 제약사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데서 벗어나 1조 달러 규모의 세계의약품 시장을 향해 훨훨 날기를 바란다.

춘추시대 초장왕이 “이 새는 한번 울면 천지가 진동하고 한번 날면 9만리를 간다”며 마음을 다잡아 패업(覇業)을 이룬 불명불비(不鳴不飛)의 고사가 우리 제약업계에서 재현됐으면 한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 ‘라도티닙’(제품명:슈펙트)이 5일 식약청에서 제조품목 허가를 받아 상업화에 들어갔다. 일양약품이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슈퍼 백혈병 치료제 개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슈펙트는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블록버스터급 표적항암제 시장에 당당히 입성하게 됐다.

개발을 시작해서 허가를 받기까지 11년의 오랜 연구기간과 400억원의 개발비가 들었다. 연구진은 500개 후보물질을 만들었고 이 중 1개 물질을 신약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0.2% 가능성에 11년간 400억원 투자

0.2%의 실낱 같은 가능성에서 성공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보통 글로벌 신약의 성공확률은 1% 안팎인데 이보다 훨씬 낮은 확률에도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른바 ‘5단계 죽음의 계곡’을 통과한 연구진의 의지와 경영자의 집념은 다른 제약사들에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특히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민간 연구진이 임상시험할 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저앉기 일쑤인 혹독한 병목구간’에서 만족할만한 규모는 아니라도 43억원의 자금과 기술정보를 일양 연구팀에 제공한 점은 정부-산업간 협업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순수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슈펙트는 백혈병 치료제의 제왕인 수입 글리벡 내성환자에게 효과가 있어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계 백혈병 표적항암제 시장규모는 연간 5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글리벡 등 다국적사 약품이 독과점하고 있어 어지간한 규모의 제약사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백혈병 환자가 매년 300명 이상 발생해 1000억원의 건보재정이 지출되지만 고스란히 다국적사 주머니에 들어가는 형편이었다.

국내 백혈병 치료제 시장은 노바티스의 글리벡이 지난해 가을까지 독점해왔다. 지난 10월 BMS의 만성골수성 백혈병 1차 치료제 ‘스프라이셀’이 국내에 출시된데 이어 일양약품의 ‘슈펙트’가 나옴으로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토종신약, 글로벌 시장 날다

백혈병 치료제는 희귀약으로 지정돼있어 임상 3상 시험중이지만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은 2차약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글리벡 같은 1차약에 내성이 생겼거나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양약품은 현재 우리나라 9개 종합병원을 비롯,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20여개 병원에서 240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 중 종료될 전망이다.

정부는 마침 6일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를 개발해 세계시장 5%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번 일양약품의 개발과정에서도 자금이 부족하자 오너가 사재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양측은 연간 매출이 1400억원 정도지만 4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이 하나의 품목개발에  투자하는 극약처방을 썼는데 이를 모든 제약사에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는 우선 개발지원금 규모를 확대하는 일에 나서야할 것이다. 구호만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특히 신약개발은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많은 투자를 했다 실패할 경우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자금지원을 통해 연구비부족으로 신약개발을 중단하거나 중간개발 성과를 싼값에 외국기업에 넘기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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