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윤리 바로 세우지 않으면 공멸한다
의사 윤리 바로 세우지 않으면 공멸한다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1.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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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의료계 신년 교례회가 열린 4일, 경만호 의사협회장은 “의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자성의 소리를 냈다. 경 회장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입장과 관계없이 아마 10만 회원들이 모두 공감했을 것이다.

최고의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현 회장이 업무상 횡령 및 배임혐의로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았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젊은 의사들 모임인 전의총 대표는 폭력행사로 의협 윤리위에 회부된 상태다. 그만큼 의료계는 시끄럽다. 

오비이락일까. 이날 한 제약사는 1331개 병·의원에 36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일부 의약품의 경우 매출액의 최대 40%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니 충격적이다.

매출액의 최고 40%를 리베이트로 받았다는 것은 병원이나 의사들이 의약품의 가격과 품질이 아닌 리베이트 액수를 따져 의약품을 납품받거나 처방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의사들의 윤리의식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새해 벽두에 터진 대형 리베이트 사건에 적지 않은 의사들이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늘 가는데 실가는 격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비리에는 의사들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꼭 끼니 답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국민들은 이 소식을 듣고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의료 소비자의 무지라는 의료서비스의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소비자가 선택을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의료 공급자의 독점력이 철저히 보장된 상황에서 의료소비자는 봉이나 다름없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소비자는 의료 공급자의 '봉'

의료서비스의 선택권은 의료인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환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보다 의료기관측이 진료절차나 시설이용방법을 임의로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투약, 진단, 검사,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사회 최고의 전문가요 엘리트집단이라 할 수 있는 의사들은 특히 지난해 여러 의료 단체들간의 대립, 처방과 관련한 리베이트 수수, 부당 진료비 청구, 내 밥그릇 챙기기, 맞소송 등 이런저런 갈등과 폭력사태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의 고귀함에 가려져 있던 추악함이라는 모순적인 모습이 알몸을 드러낸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의 위상이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진 꼴이다. 미당 서정주 선생이 시집 ‘화사집’에서 “아프리카로 가라. 아니 침몰하라. 침몰하라. 침몰하라!”고 외쳤듯 우리도 의사들을 향해 똑같이 소리치고 싶다.

청년의사 이태석이 신부가 되어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마을에서 굶주리고 병든 주민들에게 의술을 베풀다 암으로 선종한 지 오는 14일로 꼭 2년이 된다. 공연히 분주하기에 너무 쉽게 망각해버리는 게 현대인들이지만 해를 넘길수록 그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뜨겁게 이어지는 것은 작금의 의료계 현실과는 달리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의료봉사와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의 울림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의사 故 이태석 신부가 그리운 시절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섬에서 6년 넘게 의료봉사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제1회 이태석상’을 받은 외과 전문의 이재훈 씨도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 나라는 환자들 상당수가 의사를 처음 본다는 곳이다. 몸이 아프면 저주를 풀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는 관습에 젖어 있는 무의촌 지역이기에 그는 ‘부시 맨 닥터’라는 별칭을 얻었다. 현지인 의사 100명을 길러내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오로지 내려놓고서야 가능한 무지개 꿈일 게다.

정치적 욕심과 직역 이기주의에 빠져 정치인 뺨치게 권력다툼을 벌이는 이 땅의 상당수 의사들의 삶과 가치관과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국민건강보다는 의사들, 그리고 자기파 세력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폭력 행사도 불사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는 것도 최근 새로 불거진 병폐다.

병원의 수익증대만을 목적으로 한 과잉진료는 의사들 스스로가 문제시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기존 치료비보다 6배나 비싼 로봇 수술을 남용하고 있다고 대학병원 의사들이 스스로 고백할 정도다.

국내에서 연간 6000건에 이르는 로봇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로봇수술의 효과가 실제보다 과대포장돼 있다는 서울대 박규주 교수의 자성의 발언을 우리 의료계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특히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내성문제를 야기해 부작용이 적지 않다.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혹의 검은 유령이 배회하는 의료계 현실

대학병원 의사(교수)들이 제약사 리베이트로 조성된 수 억원 규모의 의국 운영비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알력이 생겨 폭행사태를 빚은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고 한다.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의사가 목숨을 끊는가 하면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2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장이 유죄판결을 받기도 하는 등 의사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나이롱환자 조장, 의료비 허위청구 같은 보험사기에 연루돼 보험사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의 요인으로 지적된 지도 오래다.

지난달에는 보건의약계 자정선언에 핵심단체인 의사협회가 불참해 구설수에 올랐다. 의사 10명 가운데 8명이 리베이트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을 했는데도 그런 자리에 가는 것은 명예가 손상되는 일이라고 이유를 댔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런저런 다양한 유혹의 검은 유령들이 배회하고 있는 게 오늘의 의료계 현실이다. 종합병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비리와 갈등으로 점철된 이 상황을 타파하지 않는다면 우리 보건의료계는 희망이 없다. 비상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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