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 2012 흑룡해를 맞이하며
[신년칼럼] 2012 흑룡해를 맞이하며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1.12.31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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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환 본지 논설위원(소설가, 칼럼니스트)
의학적 혹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예방원리의 기준점이 되는 이유는 기술혁신과 결부된 위험을 바로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한가지 사례로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를 들 수 있다.

DDT는 1939년 살충제로 세상에 나오자마자 당시에 사용하고 있던 독성화합물의 가장 안전한 대체제로 여겨졌다.

어린시절 우리 몸의 이를 잡기 위해 하얀 DDT가루를 마구 뿌려댔던 기억이 새로운 이 약품은 베트남전쟁에서 고엽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DDT는 이제 고엽제 피해 사례 등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가장 흉악한 독성물질로 분류, 사용이 금지돼 있다.

냉장고나 차량의 냉매제로 사용되는 염화불화탄소(CFO)도 처음에는 매우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물질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수십년간 사용됐다. 자동차 노킹을 방지해 준다던 유연휘발유 역시 대기오염과 납중독 우려로 지금은 사라졌다.

이런 물질들이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인류는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명백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은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제약업계나 산업계가 해당제품을 방어하는데 기득권을 누리는 경우라면 더 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

나아가 예방원리에 해당하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것을 핑계로 사람들은 유해성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병을 얻거나 지루한 실험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류에게 질병과 죽음은 다른 수많은 비극과 함께 공존해 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신께서 정하신 운명이라 생각해 오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 이런 식으로 삶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과학과 의술이 발달해오면서 우리는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경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표적항암제, 복제, 유전자 조작, 인체 장기가 수술로 이식된 사이보그, 기능식품 등 변화는 가속적이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는 위험이 발생해도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아니 안다고 해도 그것을 예방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적다. 왜냐하면 그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일정기간이 지나야 그 증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과학의 진보와 더불어 인류는 확실히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독성화학물질의 방출, 항생제 내성 질병의 증가, 식품의 화학물질 노출 등 여러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제 길을 터놓은 생명공학에서도 이런 위험은 존재한다. 개발 중인 수천종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거나 의학치료제이며 그것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지만 그 증거는 여전히 없다.

기원전 첫번째 천년기 중반 질병의 원인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는 주술과 의학 사이의 알력을 낳았다. 그러나 이제 의학은 과학적 논리와 해석으로 인류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빛의 영광 뒤에는 그림자가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에게 가해지는 위해성을 이해하고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2012년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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