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약계, 네 번째 자정선언은 없어야
보건의·약계, 네 번째 자정선언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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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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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듣고 싶지 않던 보건의·약계 자율정화 선언이 또 나왔다. 2005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의약품, 의료기기 거래등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고 보건의약단체장들이 21일 공동으로 선언했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하는 보건의약인들의 똑같은 자율정화선언 장면을 벌써 세 번째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다. 당사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병원협회, 약사회, 제약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약단체 대표들이 모여 자정을 다짐한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민망할 정도로 가라앉았다.

창밖으로는 제법 내리는 눈이 서설(瑞雪)인 양 꽃들의 왈츠를 추고 있었지만 성상철 병협회장이 자정선언문을 낭독하는 기자회견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단체장 인사말조차 사양했다.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선언을 한번 더 한다고 그냥 없어질리도 만무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보건의약인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저지른 일의 결과이기 더욱 그렇다.

국민이나 정부에 보여주기식 자정선언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주무당국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 억지춘향격으로 끌려나와 선언문 한번 읽고 사인하는 민망한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핵심단체인 의사협회가 이번 리베이트 자정선언에 불참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라고 이유를 댔다. 리베이트 금지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처방을 미끼로 리베이트를 흥정하는 것이야말로 의사 체면을 깎는 일이요, 진짜 후진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행태다.

의협은 리베이트가 시장거래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억지와 아전인수가 없다. “개업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그건 시장경제 아래 어느 부문에서나 있는 거래의 한 형태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라는 강변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해야

 리베이트를 준 쪽, 받은 쪽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를 폐지하면 자정선언에 나가겠다고 했다니 앞으로도 제약사로부터 돈 받고 처방전을 떼겠다는 것인지 당혹스럽다. 이런 마음 자세라면 설사 의협이 자정선언에 동참했다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은 그에 따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한다. 의협은 일반인들로부터 선생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의사가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달에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처음으로 2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장이 유죄판결을 받는 불명예를 남겼다. 10월에는 경희대병원 의사들이 리베이트로 조성된 수 억원의 의국 운영비를 나눠 갖는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리베이트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는 터에 이런 오만한 자세가 의사체면 유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우리 보건의·약계는 오랫동안 리베이트 관행에 젖어서 지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베이트로 오가는 돈이 연간 2조원에 이른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있다. 한 방송조사에서는 의사 10명중 8명이 리베이트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제약사는 효능이나 가격경쟁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납품권을 얻는 판매방식에 의존해왔다. 대형병원이나 의사들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길 정도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자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리베이트는 의약품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어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리베이트 쌍벌제나 정부합동조사팀 운용은 불법적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도가 필요없는 사회가 정상임은 물론이다.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다면 쌍벌제가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 쌍벌제 제도가 있어 범법자 취급을 당한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의료-제약 특성 감안한 제도마련 긴요

이번 자정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비도덕적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풍토가 정착돼야한다. 이를 위해 보건의약인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또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무조건 막는 게 최선은 아니다. 제약업계의 정상적인 판촉활동과 의료인의 의약품 정보획득 기회와 연구개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고 운용해야할 것이다. 제약업종과 의료계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굽은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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