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직권조사권' 도입 신중히 해야
'진료비 직권조사권' 도입 신중히 해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1.12.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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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급여 진료비 직권조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에 의사협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가 적정한지 여부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의협이 긴급회의를 갖고 적극 대처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의료수가 인상률을 놓고 병원협회와 갈등을 빚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의사들과 대립하고 있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주요 이슈마다 정면 충돌하는 현상에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계마저 정책이 일방적이요 힘겨루기인가 하는 생각에서다.

비급여 진료비 직권조사 건은 8개월여 만에 재점화된 사안이다. 직권조사 문제는 지난 2월 국무총리실이 ‘진료비 적정여부 직권 확인’을 국민생활 불편 개선과제의 하나로 선정하면서 부상됐다.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확인제도를 현행 신청방식과 함께 심평원이 직권에 의해 확인할 수 있는 투 트랙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박은수 의원이 최근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직권조사권을 신설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정부도 이 안을 본격 검토하면서 쟁점화됐다.

현행 ‘진료비 확인요청제도’는 환자나 그 가족이 심평원에 직접 요청한 경우에만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개정안은 이 규정을 심평원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확인요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바꾸어 놓았다. 또 자료요청을 거부한 요양기관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했다.

의협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가격은 민법상 사적인 계약관계에 의한 것으로 현행 요양급여비용의 대상여부 확인 신청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비급여항목 및 가격이 고지되고 있는데다 진료내역이 모두 국세청으로 전송돼 환자 본인이 진료내역을 알 수 있는 만큼 직권조사는 의료계 목조르기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가개입이 일정부분 허용된 보건의료문제에 어느 정도까지 정부간섭을 인용할 것이냐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런데 본인부담금 과다청구와 진료비 부당-허위청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사실이 드러나 의료계가 불신을 받고 사인(私人)간의 계약에 정부가 과도하게 끼어들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직권조사를 자초한 면이 작지 않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등 대표적인 10개 대형병원이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본인부담금을 부당하게 과다 징수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과다징수가 12만건, 해당 환자가 10만명이나 됐다. 하지도 않은 진료를 했다고 허위로 기재했으니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그래서 지금처럼 부당징수액만 환수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없으니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 개입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정부조사는 대부분 강압적이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직권조사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복지부는 입원환자의 식대 수가 산정에서 규정을 무리하게 해석해 과징금을 과다하게 매겼다가 법원에서 위법판결을 받은 사례가 그 일례다.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려다 정부의 실패라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의 직권조사는 자칫 의료기관의 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직권조사가 비급여 항목 여부를 가리는 데서 더 나아가 비급여 진료비의 적정성 여부를 판정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도의 전문의료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부문이기에 행정적 잣대로 쉽게 평가할 일이 아니다.

병원과 의사간의 진료비 분리, 불합리한 의료수가 개선 등과 같은 선행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권조사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무리수다. 심평원에 비급여 진료비 직권조사권을 부여한다하더라도 직권심사 범위와 요건은 물론 자료제공 요청 범위도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국민편익과 의료서비스의 적정성을 담보하는 데 무엇이 최선의 방안인지에 중점을 두고 검토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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