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제약행정 … 멋대로 정책결정 말아야
법정에 선 제약행정 … 멋대로 정책결정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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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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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보건의료행정정책에 대해 제약사, 병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소송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복지부가 송사로 영일(寧日)이 없을 지경에 처했다.

특히 약가 및 수가 인하 조치와 관련해 제약-의료계가 제기한 여러 건의 행정소송에서 원고측이 승소판결을 받은 케이스에 이어 복지부의 항고가 기각되는 사례가 나오자 복지부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슈퍼 갑’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정책결정을 하다가 일침을 맞은 셈이다.

지금까지 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제약-의료계가 승소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점에 비추어볼 때 복지부에게는 뼈아픈 패배다. 국민 건강을 책임진 보건당국으로서 정책마련에 소홀함을 보인 결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약품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보장이 긴요하기 때문에 생산-유통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적절한 규제조치를 취하는 게 널리 용인되고 있다. 약값 또한 국민 모두가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는 약제비에 직접 관련되므로 정부통제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법원도 보건당국의 조치에 대해 재량권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해석하는 게 관례였다.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닌 한 제약업계가 승소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그러던 법원이 복지부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자 얼마나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했기에 법원이 그 같은 판단을 했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리가 길면 잘라내고 짧으면 늘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제약업계를 눕히고 입맛대로 정책결정을 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런 와중에 제약업계가 ‘8.12 일괄약가인하’고시에 대해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앞으로 줄소송사태마저 벌어질 판이다. 제약협회는 이미 4개 대형 로펌과 소 제기문제를 협의했으며 복지부가 약가인하방안을 확정고시하면 제약사별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인지까지 검토한다는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정부가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고 강행한 탓이다. 스스로 문제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업계가 약값을 내리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은 도산우려가 있으니 단계적 인하 내지는 3년 유예를 해달라고 읍소했으나 외면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격이다.

이에 앞서 병원협회가 제소한 영상수가 인하고시 취소청구소송과 철원 공중보건의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적발된 7개 제약사의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조치 소송에서도 복지부는 패했다. 사례를 확대해석했거나 징벌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보건의료행정의 리더십 실종

복지부는 반드시 없애야 할 의약품 리베이트 소송에서조차 법원이 왜 제약사측 손을 들어줬는지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절차를 무시했거나 인과관계를 억지로 꿰맞추는가 하면 형평을 잃은 정책을 편데 대해 차분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목적이 선하다고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세울 때는 과정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행정에서 수단선택의 합리성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복지부는 이 점을 망각하고 있는 듯싶다.

보건산업정책은 반드시 과학적이고 현실참여와 연결돼야 한다.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괄약가인하정책은 현실에 눈감은 장님 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제약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정책결정과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데 시늉내기에 그쳤다. 손해보는 집단의 이기적 행동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사안인데도 습관대로 밀어붙여 사태를 꼬이게 만들었다.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와 같은 위협의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데 여기에 집착하려드니 답답하다. 보건행정의 리더십 실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보건정책과 관련된 이익집단은 많다. 협상과 설득으로 타협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정책적 오류가 발생하면 수정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보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건정책을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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