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한미FTA로 골병드나?
제약산업, 한미FTA로 골병드나?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11.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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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제약업계 등 국내 산업계에 ‘도전과 응전’이란 과제를 내주었다. 무관세로 거래할 수 있는 ‘경제영토’가 넓어진 만큼 우리의 대처방안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앞마당 삼아 맘껏 뛸 수 있는 산업-기업에는 더 없는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반면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내수에 안주해온 산업은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 응전은커녕 곤경에 빠질 것이 뻔하다. 한미FTA 비준안의 국회통과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반응은 그래서 희비의 쌍곡선을 그린다.

정부는 한미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보완대책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장악하다시피한 제약업종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다.

어떠한 정책이든 명암이 있기 마련이지만 한미FTA가 제약업계에 드리울 음영은 너무나 짙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이 연간 최대 5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114년이란 긴 제약산업 역사에도 아직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제약사가 나오지 않았을 만큼 국내 제약업계는 영세하고 취약하다. 설사 매출 1조원을 올렸다해도 그 정도는 세계시장에서 보면 ‘새발의 피’다. 

원료 의약외품까지 포함한 국내 의약품시장 연간 규모는 1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그나마 약가인하조치로 2조5000억원이 줄어들 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기준 400조원이 넘는다. 그리고 연매출 100조원 내외의 글로벌 제약사가 미국에 몰려 있다. 

한마디로 노는 물이 다르다. 국내 제약사가 걸리버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 릴리풋이라면 미국은 수십배나 큰 거인들의 나라 브로브딩내그라고 할 수 있으니 애초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더 큰 대의명분을 내세워 한미FTA를 추진해 비준했다. 스스로 선택한 능동적 개방이니만치 국내 제약산업이 개방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주는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업계 스스로도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정부는 제약산업이 자생적 경쟁기반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제약산업의 현실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리베이트 쌍벌제, 일괄약가인하의 충격파에 이어 개방파고가 닥쳤다. 이 세 번째 악재가 자칫 국내 제약산업을 주저앉히는 피니시 블로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걱정으로 암울하기 짝이 없다.

한미FTA가 발효돼도 보건의료서비스 시장은 적용받지 않아 현행 시스템이 유지되지만 의약품분야에서는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새로 도입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지만 미구에 닥칠 일이다.

제약산업 무너지면 국민건강 잃게 마련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이 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외국 다국적사에 절대 유리하다.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업계에는 전적으로 불리한 제도다. 특허권자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 특허 소송이 해결될 때까지 복제약, 심지어 개량신약조차 허가와 판매가 사실상 금지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자가 복제약 출시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를 갖고 특허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에버그리닝 전략을 남용할 경우 복제약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는 그냥 당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특허권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의 선의만을 기대하는 한심한 처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제네릭 출시가 지연되는 만큼 국내 의약품 소비자들은 저렴한 제네릭 대신 비싼 오리지널 약을 장기간 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회비준안처리 전에 밝힌 대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 허가-특허연계제의 독소요소 등 국내 제약업계에 절대 불리한 내용을 수정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제약산업이 흔들리면 건강주권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동남아국가들처럼 국내제약시장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놀이터가 되는 일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우선 건보재정 적자축소 등 대내적 필요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괄 약가인하조치를 차제에 재검토해야 한다.

한미FTA만으로도 제약산업 붕괴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일괄 약가인하까지 강행하면, 이는 자국 산업을 자국의 정부가 죽음으로 내모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외국의 고가약에 국민들의 허리는 휘청이고 건보재정의 파탄을 더 앞당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미FTA는 돌발변수다. 정부가 한발 물러설 명분으로 삼는데 그리 옹색하지는 않다.  일괄 약가인하 철회는 물론, 신약개발을 폭넓게 해석하고 토종제약사들에 보다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전장에서 적군이 몰려오는데 총알가격 계산을 할 여유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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