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우리 국회는 스스로 조종(弔鐘)을 울리고 말았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가정상비약(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 근거 규정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중에는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물론 내년 2월 임시국회가 있다고 하지만, 금방 다가오는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보려 발버둥치고 있는 이들에게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제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 직위가 그렇게 무소불위, 대단한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은 입으로만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원하니까~”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을 위하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상비약 슈퍼 판매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그만큼 약을 사기에 불편을 느껴왔던 것이다. 국민의 83.2%가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이런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못들은 척 엉뚱한 소리만 남발하고 있다.
“슈퍼에서 상비약을 살 수 있게 될 경우, 약품 오·남용으로 부작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명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충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들의 속마음은 회원 6만여명을 거느린 대한약사회의 표심에 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이들에게 환심을 사고 싶은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막혀 직능단체들의 입장만 대변해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 우리 국회의 무책임과 야만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이제는 표로 심판하는 길밖에 없게 됐다.
지금 온 나라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고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면 ‘소귀에 경읽기’에 다름아니다.
권력의 비민주적 남용은 우리사회를 병들게 한다. 규제받지 않는 국회는 진짜 국회가 아니다.
한때 권력이 선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던 권력자들은 다 망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제 칼날 위에 선 무당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