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제약업계의 ‘수퍼 마리오’는 없나
정녕 제약업계의 ‘수퍼 마리오’는 없나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11.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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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정책으로 경영위기의 난간에 몰린 채 그토록 기다렸건만 구원자 ‘고도’는 베케트의 희곡처럼 끝내 오지 않았다. 닌텐도의 비디오게임에서 공주를 구출한 ‘수퍼 마리오’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리아드네 공주의 도움없이 홀로 미궁에서 빠져나와 생존해야 하는 제약업계는 막다른 골목에서 총의로 궐기대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잘못된 정책 강행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약협회는 오늘(18일) 장충체육관에서 1만여 제약인들이 모여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 궐기대회’를 갖는다. 국내 제약업 114년 역사상 처음이다. 제약업계가 사상 초유의 집회를 연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의 절박함이 크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제약업계는 이어 다음 달 중 '하루 생산중단'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미 대폭적인 약가인하에 대응하는 법적 절차에도 들어갔다. 이달 초 김앤장 등 4개 로펌과 설명회를 갖는 등 다양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했으면, 집회에 생산중단까지 

정부와 업계간의 골이 깊어지고 갈등이 심각해져 가는 양상이다. ‘만년 을’의 입장인 제약업계가 궐기대회를 전후해 ‘자살 골’ 위험을 무릅쓰고 법적 대응과 생산중단이라는 강수를 두기에 이른 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8.12 약가인하방안’이 발표된 지 100일이 다 돼간다. 제약사들은 회계업계의 분석자료를 토대로 심각한 경영난을 우려했다. 3년내 10대 제약사 중에서도 도산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며 호소했지만 보건당국은 귀를 닫았다.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정책은 한낱 공상소설일 뿐인데도 말이다.

충격적인 약걊인하를 일시에 단행하는 것은 국내 제약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대정부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임채민 복지부장관은 지난달 말 간담회 자리에서 “제약사가 약값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 돈으로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말해 약값인하가 리베이트 근절방안의 하나임을 드러냈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건보재정 수지를 위해 약가를 내린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건보료 인상률을 낮출 수 있었던 데에는 약값인하 효과를 기대한 덕이 컸다는 것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 지금 자르면 큰 일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괄 약가인하조치는 눈앞의 작은 성과에 현혹돼 성급하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에 다름아니다.

너무나 근시안적이지 않은가. 관료들의 안일한 발상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제약·바이오(BT)산업을 IT산업의 뒤를 이어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터다. 세계 산업조류에 비추어 타당한 방향설정이다.

그러나 당국의 발상과 정책은 그저 불임의 황무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척박한 현실 환경에서 옥동자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밑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국민건강주권 남의 손에 맡겨선 안돼

국내 BT산업의 현실은 겨우 걸음마를 뗀 정도에 불과하다. 여전히 내수 울타리 안에서 맴돌고 있다. 동아제약 등 국내10대 제약사의 매출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의 1.2%수준이다.

R&D투자는 더욱 열악하다. 다국적사들의 1%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의약품관련기술은 선진국의 60%선이니 서열을 매기면 중하위권이라고 하겠다.

국내 제약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로 미미한 편이다. 연간 1,000억원 이상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35개사로 그 영세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신약개발보다는 제네릭에 의존해온 제약산업의 한계다.

그런 와중에서도 제약업계는 17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등 생존과 도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약가인하조치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국내 제약시장은 연간 13조원이 채 못된다. 기존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등으로 8000억원, 이번 조치로 1조7000억원 등 2조5000억원의 매출이 줄게 된다. 제약업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연구개발은커녕 생존도 위태롭다.

한국제약시장 다국적 제약사 놀이터 전락 불보듯

이대로 두면 우리나라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게 뻔하다. 그들이 우리나라의 건강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건강주권을 남의 나라 기업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 참으로 딱한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다들 온난화를 걱정하는 시절에 때 아니게 빙하시대를 맞은 분위기다. 늦었지만 정부정책의 반전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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