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설치, 경제논리로 봐서는 안 돼
중증외상센터 설치, 경제논리로 봐서는 안 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1.1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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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지난주 퇴원했지만 석 선장을 구출키 위한 ‘아덴만 여명작전’은 아직 미완성이다. 군사작전이 끝나고 그 후유증도 치유됐지만 여명 작전이 남긴 숙제가 풀리기는커녕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계속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 선장 치료를 계기로 온 국민이 중증 외상환자들을 치료할 긴급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데도 예산의 덫에 걸려 꼼짝 못하는 상태다. 관련부처들이 예산타령만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권역별이든, 중소규모든 외상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이 무산될까 우려스럽다.

“석 선장이 우리나라에서 1차 진료를 받았더라면 살아남았을지 의문이다.” 석 선장 주치의를 맡았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국내 외상진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그는 “석 선장이 한국이 아니라 오만에서 외상치료를 받은 것은 그의 천운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적에게 총상을 입고 돌아온 석 선장을 국내 최고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증외상 전문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교통사고, 작업중 재해, 총격, 각종 안전사고 등에 의해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할 경우 긴급히 옮겨 치료할 중증외상센터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석 선장 피랍사건 10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관리들은 갑론을박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라니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2016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6곳을 설치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복지부는 당초 응급의료 선진화 추진계획을 세우고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규모가 큰 외상센터를 설립하는 계획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예산당국이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KDI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경제성이 낮다는 결론이 나자 권역별 설치계획은 쑥 들어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분초를 다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응급의료체제를 갖추자는데 여기서까지 경제성을 따진다는 게 이해하기 힘든 논리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료체계 구축은 기본적 임무인데 수익구조를 놓고 논란을 벌인다는 건 공공의료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복지부는 최근 권역별 센터설치안을 철회하는 대신 시-도별로 좀 더 세분화해 16곳을 세운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예산지원규모는 외상환자와 인구수를 고려해 80억~146억원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일부 병원이 전액 예산지원을 주장하며 공모에 불참한 탓에 지난달로 예정된 공모는 연기됐다. 국회와 의료계 일각에서는 중증외상센터의 숫자를 줄이고 시설과 의료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방향설정도 못한 상태다.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부처간에, 의료계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려 언제 첫 삽을 뜰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복지부는 외상센터 16곳 설치안을 고집만 할 게 아니라 응급의료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의료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고만고만한 시설을 시도별로 설치한다는 계획은 응급의료시스템 개선보다는 탈락되는 지역의 반발을 의식한 책임회피성 정책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시도별로 설치한다 하더라도 키 스테이션(거점센터)을 2~3개소 세우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3만여명에 이른다. 한창 일할 때인 40세 미만 사망원인 1위라니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만저만 큰 손실이 아니다.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외상환자 1만명은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내 주장만 내세워 센터설치가 늦어지고 있는 이 시간에도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꺼져가고 있다.

국내 중증외상 환자사망률이 33%로 미국 메릴랜드주의 5%, 일본 10%보다 훨씬 높다. 연간 1만여명의 목숨을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따져서는 안된다.

애초 중증외상센터는 환자 치료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3D진료 기피현상이 심한 중증외상분야 의료진과 적자구조인 병원에 대해 정부가 재정지원으로 100%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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