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나가신다, 물렀거라’식 행정은 자제해야
‘복지부 나가신다, 물렀거라’식 행정은 자제해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1.10.2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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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잘못되거나 부실한 행정으로 보건의료계는 물론 국민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주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영상의료장비 수가인하 소송에서 복지부가 패소한 것은 제가 친 덫에 어이없게도 제가 걸려버린 꼴이다. 절차상의 하자가 있는데도 강행처리했다가 위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울행정법원이 삼성서울병원 등 45개 병원이 영상장비 보험수가를 내리도록 한 고시를 취소하라며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갑’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지시하는데 이골이 난 복지부 외에는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당연한 결론이다.

재판부가 무슨 어렵거나 기상천외한 법리를 적용한 게 아니다. 복지부가 영상장비 수가를 직권으로 조정하려면,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행정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번 판결 전에도 복지부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정책이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당사자들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아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칫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지도 모른다.

판결결과 15~30% 내렸던 CT, MRI, PET 등 영상장비 수가가 5개월 만에 다시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게 됐다. 의료계는 당연히 원상복귀해 진료비를 올려야 하는데, 이게 국민들의 눈에 부정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소비자들은 또 그들대로 병원측이 자기들 멋대로 진료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불만이 매우 클 것이다. 지은 죄 없는 국민들은 농락당했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게다.

그동안 약가일괄인하, 초기 위암 때 암세포를 내시경과 수술 칼로 잘라내는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용 칼에 대한 보험적용 여부, 외래환자 약제비 인상, 기본진료비 조정 등 지금까지 주요 보건의료이슈에 대한 복지부의 일처리 방식을 보면 너무나 위태로웠다. 혹 시대착오적인 행정만능주의 착각에 빠져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행정에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목적성 못지않게 협력이 중요하다. 설사 그 목적이 아무리 순수하다하더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절차가 합법적이어야 한다. 즉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현대 법치행정의 기본 원리임을 복지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량권이 남용되고 국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판결은 복지부에 대해 행정의 abc에 충실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행정행위가 법의 기속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듯 정당성을 갖지 못한 복지부의 수가인하 행정처분이 무효화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영상장비 수가인하는 절차상 하자 외에도 인하논리가 매우 궁색했다. 내용적으로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없이 과도한 수가조정을 하려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복지부 주장대로 처음 수가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장비의 내용연수(5년)와 검사건수가 일정기준을 넘었다면 이를 감안해 수가를 내리는 게 맞다.

그러나 인하대상에 오래된 장비가 아니라 모든 장비를 포함시킨 거라든가 1일 2건 이하의 검사건수를 제외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인하하기 위해 짜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하다.

복지부는 수가인하를 통해 1700여억원의 진료비 부담이 줄 것으로 보고 건보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인하정책을 밀고 나간 것이라고 한다. 건보재정이 마땅히 안아야 할 부담을 병원측에 떠넘긴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8.12약가 일괄인하도 마찬가지다. 복지부 고위관리가 실토하듯 건보수지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아킬레스건인 리베이트를 거론하며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니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참 떳떳치 못한 자세다.

건보료 조정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복지부는 더 이상 정치권 눈치를 살필 게 아니라 건보료의 적정성을 공론화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놔둔 채 엉뚱한데 가서 변죽만 올려서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정면으로 다뤄 인상요인이 있으면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정직한 정부가 취할 태도다. 정치권 압력 때문에 정 올리지 못할 경우라면 애꿎은 제악업계, 의료계만 쥐어짤 게 아니라 국고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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