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총성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까지 밀고 당기는데 ‘퍼주기’는 무슨…”
  • 김호섭·선경철
  • dreamhk@korea.kr
  • 승인 2007.03.31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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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48시간 연장…쉴 틈 없이 다시 강행군

“이렇게까지 밀고 당기는데 ‘퍼주기’는 무슨….”

31일 아침 7시. 팽팽한 밤샘 협상을 지켜보며 임시 천막 프레스센터에서 밤을 꼬박 샌 한 기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자체가 워낙 쟁점사항이 많아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막판 산고(産苦)가 길고 심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경제적 실익에 맞지 않는 한 협상타결은 없다”는 한국측의 ‘원칙’이 지켜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마지막까지 경제적 실리와 이익의 균형을 맞추려는 양측의 벼랑 끝 기싸움은 피를 말릴 정도였다. '타결'과 '결렬'의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팽팽한 드라마는 결국 “48시간을 연장해 추가적인 협상을 갖기로 했다”는 김종훈 수석대표의 공식 발표로 약간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통상장관급회담이 시작된 26일 이후 꼬박 1주일, 마지막 ‘끝장’ 담판을 시작했던 30일부터 30여 시간이 흐른 후였다.

▲ 협상장에 들어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주변을 보도진들이 애워싸고 있다.

터무니 없는 ‘퍼주기론’ 엉터리 주장 드러난 셈

타결이냐 결렬이냐의 협상 결과조차 예측할 수 없는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통상장관급 회담을 보면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한 ‘퍼주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엉터리 주장이자 선동적 구호였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마지막까지 국익을 최대화하고, 또 두 나라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려는 숨가쁜 노력들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검토 없이 그동안 실체도 근거도 없이 편견에 가득 찬 예단과 비판을 해온 부분을 오히려 진지하고 솔직하게 반성해야할 판이다.

이번 통상장관급 회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우리 협상대표단이 ‘국익극대화’를 최고의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경제적 실리와 협상 이익의 균형 차원에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번 협상에서도 이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국익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이번 협상에 임하고 있다.”(김종훈 수석대표)는 협상 대표단의 ‘원칙’은 고위급 회담을 초반부터 긴장 속으로 몰고 갔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분야에서는 서로의 ‘실익’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이견이 있는 자동차 농업 섬유 등 잔여 쟁점 분야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29일 두 나라 정상 간의 전화통화로 이어졌고 ‘공동의 이익 증진’과 ‘최대한 유연한 협상’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익’과 ‘여론’사이…‘타결’과 ‘결렬’ 사이

▲ 30일 밤 한국측 협상팀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익’과 ‘여론’사이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는 두 나라 협상단의 노력은 막판 협상을 ‘유동적인 상황’으로 바꾸어 놓았다. 30일 오전 10시35분 협상이 진행되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프레스센터를 찾은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타결도 결렬도 예단하기 어렵다. 계속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30일 오후 협상장 주변에서 ‘미국측의 협상연장 요청’ 소문이 돌았지만 양측 협상대표단은 이를 부인했다. “양국이 최종 타결을 위한 ‘벼랑 끝 협상’을 전개하고 있었던 시점이어서 분위기를 깨는 시한 연장안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촌각을 다투며 협상에 거듭 나선 한국과 미국 협상단은 밤 11시를 넘겨서도 혼전을 거듭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토니 브래토 부대변인이 이메일 성명을 통해 “협상이 잘 돼가고 있지 않다. 향후 몇 시간내 큰 진전이 없다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는 외신이 전해지면서 협상장의 분위기는 더 어두워졌다.

추가 논의 필요 공통인식

한미 양측은 밤 늦게 가진 고위급 협의에서 협상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 잔여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평가를 기초로 31일 새벽 1시까지 추가적 협상을 가질 경우 마지막으로 남은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지도 논의했다.

결국 추가적인 논의가 유익하고 필요하다는 공통인식에 따라 미국측이 본국 정부 및 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당초 예정했던 시한을 토요일(31일) 새벽 1시에서 48시간을 연장해 추가적인 협상을 갖기로 했고, 31일 새벽 3시 고위급 협의에서 우리측에 이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 김종훈 수석대표가 추가 협상을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양측은 앞으로 한국시간 4월2일 새벽 1시까지 잔여쟁점에 대한 협상을 추가로 갖기로 했다”고 밝혔고, 숀 스파이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도 “양국 간에 남아있는 많은 의제들에 대한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직 타결될지, 결렬될지 예단하지 말라’는 이혜민 한미FTA단장의 예고대로였다.

협상단 피로 역력…그러나 비장감 감도는 협상장

협상시한 연장은 그만큼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우리의 ‘원칙’이 강하다는 의미다. 또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며, 두 나라 모두 타결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 카란 바티아 미 USTR 부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 등 두 나라 협상단은 쉴 틈도 없이 강행군에 들어갔다. 밤을 새워가며 막판 쟁점인 자동차 농업 섬유 금융 등을 높고 ‘타결’과 ‘결렬’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또다시 시작했다.

협상장 출입구인 보안 검색대를 간혹 오가는 양국 협상단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하다. 우리측 협상단의 한 실무 팀원은 “참으로 힘들다”며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장에는 비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피를 말리는 총성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국정브리핑(http://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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