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정감사 감상법
복지부 국정감사 감상법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09.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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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가을을 만나 한없이 맑고 높지만 제약업계의 기상도에는 당장 폭우라도 쏟아질 듯 시커먼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다.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제약사들은 어제(26일) 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 첫날  임채민 신임 장관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특히 임 장관은 관료 생활 대부분을 산업정책을 다루며 지내왔기에 더욱 그러했다. 누구보다도 빨리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파악해 정책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기대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임 장관이 국회와 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8.12 약가 일괄인하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답변하기를 목이 빠져라하고 기다렸다. 이는 공멸의 위기에 처한 제약업계를 구해줄 ‘비빌 언덕’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자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의 미궁에서 아리아드네 공주가 전해준 실타래를 잡고 탈출에 성공했듯이 말이다.

이날 복지부 국감장은 국회와 복지부의 맞대결장 같은 분위기였다. 제약업계의 현실을 파악한 소관 상임위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의 8.12 약가인하 정책에 소나기 비판을 퍼부었다.

보건복지위원장 이재선 의원(자유선진당)부터 “강압적이고 무리한 일괄 약가인하는 제약산업에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한 게 불과 얼마전인데 제약 후진국으로 전락시킬 게 뻔한 이율배반적 정책을 추진하느냐고 질책했다.

손숙미·원희목 의원(한나라당), 박은수 의원(민주당) 등도 “국내 제약산업 시장이 13조원이 채 못되는데 일괄약가인하로 인해 제약업계는 2조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같은 초강경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 제약산업은 이를 감내할 수 없어 생존자체가 위협받는다”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임 장관은  약가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제약사가 어렵겠지만 약가인하는 불가피하며 예정대로 내년 1월 변경고시를 내겠다”고 버텼다.

임 장관은 8.12 약가인하 정책은 국내 제약산업이 국제 경쟁에 미약한 문제를 해결하고 과도한 약품비를 줄이기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와의 경쟁은 다윗과 거인 골리앗이 싸우는 격이다.

이제 신약 몇 개에 개량신약 개발에 나설 정도의 수준인 토종 제약사로서는 거대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을 감당하기 어렵다. 매출이나 R&D투자비용이 100분의 1 내지 400분의 1에 불과한 현실에서 당장 맞상대하기는 버거운 일이다. 권투에서 플라이급과 헤비급 선수를 맞붙여 놓는 것과 같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다. 우선은 국내 업체의 체력을 키우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전자, 자동차 등 이제는 당당히 국제경쟁에 나서서 우위에 서는 국내 다른 산업들도 일정기간 과도기를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임 장관이 제약산업은 예외로 취급하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 약품비 증가의 주요 원인도 임 장관의 지적대로 약값 때문이 아니라 사용량 급증에 있다는 점도 공지의 사실이다.

건보재정 위기 역시 국고보조가 미흡한  탓이다. OECD의 경우 국고보조 비중은 3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절반수준인 17.4%에 불과하다는 점을 임 장관이 애써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신약개발을 위해 1조6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절반은 제약사 출연금이다. 정부가 민간 돈놓고 생색낼 일이 전혀 아니다.

더구나 이 정도 연구비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북했으면 이재오 의원(한나라당)이 나서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연구비 1조원 이상, 개발기간 1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사업비 1조원으로 어떻게 10개 이상 글로벌신약을 개발하겠느냐고 지적했겠는가.

이제 생색내기 정책발표를 그만두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솔직히 시인하고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진정 용기있는 정통관료는 이를 마다할리 없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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