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사업단 ‘빛 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신약개발사업단 ‘빛 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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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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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약업계의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가 공동 참여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 이번주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사업단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서부터 임상 3시험 완료까지 전주기에 걸쳐 단계별로 민간 제약사의 R&D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우선 2020년까지 정부와 제약사가 5 대 5의 매칭펀드로 1조600억원을 조성, 업계와 과학계를 지원해 10개 이상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확정지었다.

2009년 4월 논의를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얻은 결실이다. 출발선에 서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자기 관할 영역을 움켜쥐고 마이웨이를 주장해온 관료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부처이기주의 벽을 넘어 R&D투자 관련 3개 부처가 손을 잡고 함께 가겠다고 한 목소리를 낸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우리나라 신약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당근’을 받아든 제약업계는 그리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침울하기까지 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약값을 20% 가까이 내리겠다는 ‘8.12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추진되면 제약업계는 생존하기도 힘든 위기상황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약사별로 5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 정도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연구개발 활성화는커녕 2만여 명의 인력감축과 생산시설 매각, 마진이 적은 의약품 생산중단 등 자구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매출-수익이 줄면 당장 살아남기 위해 내일을 위한 투자인 R&D 비용부터 줄이고 만다. 이미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10% 이상의 희망퇴직자를 모집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혁신 신약 개발은 한낱 사치스런 꿈에 불과하다. 업계는 우선 사업단에 내야 할 매칭펀드 분담금 5300억원을 마련하기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출발선에서 장애물을 만난 셈이다. 연구개발기금 조성이 차질을 빚게 되면 정부의 신약개발사업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게 뻔하다.

현재 제약업계는 정부의 8.12 일괄 약가인하에 반발해 사상 초유의 의약품 하루 생산중지 결정을 내릴 만큼 공멸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제약업계의 실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제약산업계 간의 간격은 그 정도로 멀기만 하다.

신약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업계의 공황상태를 먼저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약가인하에 대한 전반적 문제점을 체크해 개선하는 정책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부 개입이 일정정도 허용되는 산업이라 해서 일선 현장의 소리를 무시하고 ‘팔로우 미(Follow me)’를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흔히 ‘한건주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런 무리수가 결국 정책의 실패를 초래한 무수한 전례를 잊어서는 안된다.

당국자들은 실적주의에 빠져 거창한 목표에 집착하는 과오를 저지른다. 그 실패는 산업계와 기업이 지기마련이다.

신약개발사업단도 글로벌 신약을 10년내에 10개 이상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장의 진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천기술과 특허가 미비한 터에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은 혁신 신약개발의 기술을 축적하는 전략에 치중하기 바란다. 용법용량, 투여경로 변경, 제제개선, 복합제, 구조변경, 효능효과추가 등을 통해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데 힘쓰는 게 효과적이란 얘기다. 우리나라의 핵심 의료기술은 선진국의 61% 수준이다.

국내 10대 제약사들의 평균 R&D 비용은 평균 2000만달러로 화이자 등 상위 글로벌 제약사의 4%에 불과하다. 제약사당 연구원 수는 유럽 미국이 500~1500명인데 비해 국내제약사는 20~200명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약R&D 활성화를 위해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센티브 부여 등 약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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