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만 내는 정부의 제약산업 R&D 지원
시늉만 내는 정부의 제약산업 R&D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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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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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기업들의 R&D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부양책이 지금까지처럼 정책 구호와 선언에만 그친다면 글로벌 신약개발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제약강국 진입은커녕 다국적 제약사들의 특허 만료된 약의 복제약을 개발하기에도 허덕이는 처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물론 신약개발은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민간기업의 강한 자생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의 영세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선제적인 투자지원과 투자 유인책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제약업계가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가는데 비해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동아제약 등 국내 10대 제약사들의 매출이 화이자 등 10대 글로벌 제약사의 1%를 겨우 넘고 R&D 투자비용은 0.4%에 불과한 정도여서 도저히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 처지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265개 제약사 중 생산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35개사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책이 필요한데도 정부지원은 별다른 실행이 따르지 않는 실속 없는 구두선에 그쳐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정부의 BT 분야에 대한 지원은 2009년의 경우 1조26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신약개발 투자비는 약 9%인 1140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기초연구에 592억원이 지원돼 실제적으로 신약개발에 투입된 자금은 5%에도 못 미쳤다.

의약품이 BT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임을 감안할 때 투자 비중과 우선 순위 면에서 아주 잘못됐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신약개발의 주체가 제약사이며 제약산업이 BT의 꽃인데도 정부는 지원하는 시늉만 낸 꼴이다.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는 국내 신약 역사상 가장 큰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약물이고 수출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내 신약개발 기술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12년간 282억원을 투자해 얻은 결실이다.

총 투자비 중 정부지원금은 32억2000만원으로 겨우 11%가 조금 넘는다. 개발기간이 10년이 넘고 성공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실패할 경우 손실을 대부분 개발제약사가 짊어져야 했다. 거의 모든 신약개발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JW중외제약이 지난달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정’은 연구개발비 25억5000만원을 제약사가 홀로 떠안았다.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이 투자된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는 3000억원의 연구비가 소요됐으나 정부 출연금은 한푼도 없었다.

투자비의 80% 이상을 다국적사인 GSK가 댔다. 정부가 뒷짐지고 있던 탓에 투자수익의 대부분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제약업계가 정부의 ‘8.12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에 극력 반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싹수가 보이는 몇몇 기업만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발상인 듯하다. 그러나 업계는 현실을 호도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라며 냉소적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는 제약업계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는 데서 나온 탁상공론일 뿐이다. 신약개발 지원 못지 않게 제약산업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정책도 중요하다.

일부 제약사들은 생산원가 아래로 책정될 필수의약품에 대해 생산중단을 검토중이라 하니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 저변이 무너지는데 몇 개사만 겨우 살아남는다고 해서 국내 제약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보건당국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환자의 기력이 쇠약하면 고단위 처방이나 치료에 앞서 환자의 체력을 충전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환자 몸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강력한 항생제는 약이 아니라 독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를 보완한 후 치료를 하는 것은 치료의 abc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소화능력을 넘어 먹는다면 부작용을 빚을 게 뻔하다.

다행히 최근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리는 등 신약개발, 약효능 개선 등 품질향상으로 활로를 뚫으려고 노력하는 게 역력하다. 헬스코리아뉴스가 올 상반기 상장 47개 제약사(12월 결산)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감소했는데도 R&D 투자는 전년에 비해 11.7% 늘어났다.

제약산업의 체질개선은 정부가 말하기 전에 업계 스스로가 실천하고있다. 선진화란 명분하에 강행하려는 약가제도 개편안은 ‘미완의 토르소’로 남겨둔다는 각오까지 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바란다. 미완성 정책이 더 큰 파급효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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