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문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문
  • 정리/김소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9.07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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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이 급여에 편입되면서 보험적용 기준의 제한과 지나치게 낮은 수가로 인하여 주요 병원에서 이 시술이 줄줄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환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시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사태는 정부 당국의 탁상정책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수급구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보도되어 아시듯 이번 사태는 보건복지부가 그간 비급여(비보험)로 행해지던 이 시술을 이달부터 급여로 전환하면서 보험적용 기준을 ‘2㎝ 이하 위암’으로 한정하고 시술비를 최대 250만원 하던 것을 50만원 수준으로 크게 낮춰 책정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수가를 낮게 책정하면 건강보험재정 부담도 줄이고 환자 본인부담도 낮출 수 있어 우선은 좋은 듯 보이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결과가 기대와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님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비현실적인 수가책정이 오히려 환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시술을 할수록 의료기관이 손해를 본다면 어느 누가 시술을 하려 하겠습니까? 전공의들이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흉부외과 외과 등을 기피함으로써 조만간 수술할 의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닙니다만 이번 사태는 바로 그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 보건복지부 해명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오늘 아침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 해명 보도자료에서 복지부는 위선종 및 2cm 이하 조기위암만 시술대상으로 정한 것과 관련, ‘2008년 4월부터 적응증 별로 유효성을 분석하는 2년 동안 조건부 비급여로 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관련 연구결과를 제출하지 않아 제한적 적응증으로 급여를 시행했다’는 요지의 해명을 했습니다.

이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위선종 및 2cm 이하 조기위암만 시술대상으로 정했을 경우 필연적으로 그간 해오던 다른 비급여 시술은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지부는 처음부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더욱이 우리 협회는 ESD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소장을 제외하고 식도, 위, 대장에 발생한 암조직과 종양에 해당한다는 공식의견을 보건복지부의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물론 ESD를 무분별하게 시술하고 방치하면 오히려 암의 재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 협회는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절충안을 찾아 위와 같이 제안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복지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행위는 급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건강보험재정의 한계로 인하여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인정된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급여기준을 벗어나면 ‘임의비급여’라 해서 5배의 과징금과 함께 진료비 전액을 환수 조치합니다. 현행 건강보험법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의료현장에서 다반사로 발생하는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4월 우리협회는 정하균 의원실과 공동으로 ‘임의비급여문제 개선방향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였고 의학적으로 타당하고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가입자 ‘동의’를 받아 진료행위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정하균 의원)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저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서 동 법안이 국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를 위해서입니다.

특히 암환자들이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ESD와 같은 의료행위는 우선 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고려해서 그 적용대상을 정하고,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급여범위를 제한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면 그 외의 범위는 비급여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 적정 수가 보장은 환자의 권리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신의료기술이 적정한 수가를 받지 못하면 그 의료행위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거나 사장(死藏)되어 버립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2~3년 동안 다수의 ESD 전문가를 배출하면서 종주국인 일본을 앞지를 정도로 발전해 온 것은 비급여 수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의료기술은 그 시행빈도가 적고 비용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입 초기에 시술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간이 2~3년이 지났다 하더라고 그 원가가 1/5 수준으로 낮춰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턱없이 낮은 수가로 급여화하는 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지부는 위 보도자료에서 행위료 21만원, 치료재료 9만원으로 수가가 책정된 데 대해 “행위료 21만원은 상대가치 총점을 관리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받는 기존 절차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혀 마치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 것처럼 해명했습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당초 우리 협회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 제출한 상대가치점수는 발표된 수가의 산정 기준(상대가치)보다 높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동 위원회가 그게 높으니 재조정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우리 협회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뿐입니다.

이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구성이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게 되어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합리적인 의견이 묵살된 채 무조건 깎고 보자는 식으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더 크고 구조적인 원인은 ESD의 수가를 적정하게 책정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ESD의 수가가 발표된 것보다 높게 책정되려면 ESD보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더 드는 행위에 대한 수가가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ESD 수가가 낮아 시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현재의 수가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ESD에 필수 불가결한 절개도(knife)의 보험급여 지급액과 관련한 결정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9월부터 시행된 ESD용 나이프 공급업체의 급여지급액(85,450원 - 94,950원)은 시장가격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치료재료 업계의 하소연입니다. ESD 치료재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 수입업체의 경우 이 가격으로는 ESD용 나이프를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치료재료 업체들의 경우 외국사와 비교하여 기술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치료재료가격을 일방적으로 인하함으로써 관련 업체가 시장에서 철수해 버리면 의사들은 수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가 또 어디 있습니까?

복지부는 행위료와 절제용 나이프의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적응증도 학회의 추가 자료제출 등을 받아 2cm 이하 조기위암, 식도, 대장암 조기암에 대해 ESD가 유효성이 있는지 추가적인 전문가 자문을 받아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는 데는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현행 적응증 외의 환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조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바탕 소동을 겪고도 이렇듯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적 발전을 위하여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국민의료비 지출은 GDP대비 6.8% 수준으로 하위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반면 국민건강수준은 OECD 국가 중 종합 5위(컨퍼런스 보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평균기대수명은 79.4세로 OECD의 평균인 78.4세를 상회하고 있고(‘07년기준) OECD국가 중에서 수명연장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 속하고 있는 등 보건의료지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가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는 어떻습니까? 의료법은 최선의 진료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의료서비스를 통제하고 있는 건강보험법은 비용 효과적인 진료만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임의 비급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나라 의료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제는 의료서비스가 질적으로 발전하고 또한 소프트웨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은 지키되 환자의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와 의사의 진료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ESD 수술대기 환자 및 보호자들은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 당국과 머리를 맞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끝.

2011. 9. 7.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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