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을 앓다 숨진 산모들에 대한 원인분석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감염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간 뇌 등 다장기 손상으로 사망한 사례에 미뤄 전염성 높은 질환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컸던 만큼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장기 손상이란 뇌와 심장, 간, 콩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를 일컫는데, 당시 기도를 중심으로 생긴 염증이 양쪽 폐로 급속히 퍼져 폐가 단단해지는 폐섬유화증이 나타나 공포감은 확산됐다.
더군다나 일본에서는 다재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급증한데다 중국, 인도 등에서도 발병이 확인돼 관계당국은 발생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수 있는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요인이라며 내놓은 이번 결과는 긴장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가습기는 알다시피 우리 가정 대부분이 한두 대씩은 구비하고 있는 일상용품이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은 건조한 공기를 피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이런 가습기로 인해 산모들이 사망했다는 발표는 어이없고 황당하다.
사실 그동안 가습기 사용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러나 유해성에 대한 당국의 홍보소홀과 제조사나 사용자들의 무관심으로 무심하게 지나쳤다.
건강위해 요인은 아무리 미미한 것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미세한 바이러스 하나가 수천만명을 사망케 한 역사적 전례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습기 제조업체나 당국에서는 가습기 사용에 대한 주의력 환기와 적절한 경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건강을 위해 늘 긴장하고 주의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당국의 무성의와 제조업체의 책임의식 결여가 빚은 합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고 제조업체는 제품을 출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번 역학조사처럼 치밀하게 조사하여 대비책을 마련해 나갔더라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계당국은 가습기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고 새로운 유해대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살균제를 약사법이 규정한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제조업체에 대한 관리체계를 만들고, 생활화학 가정용품에 대한 안전관리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