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부당청구 조사 기준 법제화해야
진료비 부당청구 조사 기준 법제화해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1.08.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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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보건의료 시스템과 행정은 의사들의 팔 비틀기에 다름아니다”.  최근 건보공단이 주최한 건강보험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날 선 비판이 나왔다. 많은 의료인들이 이 지적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한다는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이 구체적 시행과정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부문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행정행위로 원성을 사고 있다.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데서 파생된 부작용으로 일부의 잘못된 관행이 우리나라 건보제도 전체를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아직도 우리사회가 관 우월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이다.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과 관련한 논의도 그렇다. 신포괄수가제 도입과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 확대적용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분류체계 재정비, 병원과 의사간의 진료비 분리, 불합리한 기준수가 개선 등과 같은 선행조건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려니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막겠다는 한가지 생각에 얽매여 다른 것은 돌아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인데 이 평범한 상식을 어기니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격언이 가르치는 대로, 마차는 말 뒤에다 매놓아야지 말 앞에 맬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의료계의 불만이 많은 진료비 부당·허위 청구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보험인 건강보험에 대한 허위청구는 국민의 세금을 절취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매우 엄격히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명백한 부정행위에 대해 처벌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는 진료비를 부당청구했다가 적발돼 환수되는 규모가 연평균 300억원에 이른다. 건보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환수액은 309억원, 건수로는 9만8000건, 관련 병의원과 약국은 3만1000개다.

그렇다고 보건당국의 마구잡이식 현장조사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과잉진료행위를 밝혀내는 일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일일 뿐더러 자칫 의사의 진료에 대한 자율성과 의지를 꺾을 수 있어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망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의료계에 만연된다면 환자를 빨리 완치시키고 생명을 살리려는 대다수의 양심적인 의사들이 적극적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  의사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계 현실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공개되지 않은 심사지침을 들고 나서는 심평원의 현장조사는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들에 과도한 공포의 대상이라고 한다. 조사 수단이나 방법으로 볼 때 어떤 면에서는 세무조사나 검찰 조사보다 더 강압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착오로 잘못 청구한 경우까지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경우 상대를 속이려는 구체적인 기망의사가 있었다는 것을 조사하는 측이 입증해야 하는 등 부당청구에 해당하는 행위를 매우 좁고 엄격하게 해석한다. 보건행정은 조장행정, 예방행정이어야지 처벌이 주가 되는 행정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자의적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조사대상 선정기준, 상세한 위반행위 내용,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처벌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법제화해야 한다. 그래야 조사요원이 자기 입맛대로 판단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의사들도 이를 수긍하며 소신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의사와 의료기관이 해당규정을 숙지해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임을 알아야 한다. 현장조사팀이 갑자기 병의원에 들이닥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위반행위를 시인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조사권의 일탈이요, 남용일 뿐이다.

조사대상자에게 충분한 소명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보험급여 시스템상 병원, 약국, 치료재료회사, 환자간의 거래내역이 물적 증거로 남기 때문에 이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사 대상 리스트에 오르면 현장조사 전에 필요서류를 요구하고 우선 서면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공동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보건당국의 조사와 처벌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부당청구 문제를 둘러싸고 왜 불만이 터져 나오는지 깊이 되돌아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보건당국이 조사와 처벌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법제화한다면 의료기관은 물론 조사 주체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고 떳떳한 일이라고 믿는다.

적발건수를 올려 처벌함으로써 힘있는 기관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부당청구를 막는 게 최선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제재보다 법령이나 심사지침을 사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예방시스템을 빠른 시일내에 마련하기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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