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 약가인하 건보재정 도움 안돼
무차별적 약가인하 건보재정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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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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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은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뒤숭숭한 하루였다. 제약협회는 사장단까지 출동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약가 상한 기준을 낮춰 내년부터 특허 만료 후 1년간은 원래 신약가의 70%, 복제약은 59.5%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1년이 지나면 신약과 복제약 모두 53.55%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복제약은 최대 68%까지 받을 수 있는데, 약가 상한 기준을 이런 식으로 낮추면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 가격이 평균 17% 내리고 국민의 약가 부담은 연간 8조3000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정부가 제약사의 반발을 뿌리치고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건강보험 지출 약제비를 줄여 건보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43조7000억원 가운데 약제비가 12조8000억원으로 거의 30%선에 육박한다. 지난해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사례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가 고육지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이미 한차례 시련을 맞았다. 기존 보험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기등재약 목록정비와 지난해 10월 도입한 시장형 실거래가제 영향 등으로 1조~2조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조원 규모의 추가적 약가인하가 몰고올 파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제약업계는 추가적 일괄 약가인하로 인해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한미 FTA 체결만으로 연간 1200억원의 매출손실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약가인하는 건강보험 재정과 제약산업 육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양자 모두를 충족시키려다보면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약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한 약품비 비중도 OECD 평균 14.3%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2008년 기준 22.5%)

현재 복제약가는 특허가 만료되기 전 신약가의 68%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이는 프랑스 50%, 네덜란드 60%, 오스트리아 52%에 비해 높다. 이걸 내리면 건보재정의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제약업계는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업계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약제비적정화 방안과 관련해서 100여개 제약사가 행정처분취소소송과 헌법소원 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향후 이 문제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R&D에 대한 투자 등을 기조로 한 제약업계의 발전과 리베이트 등으로 야기된 약가인하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작동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이번 조치가 정부와 제약사의 대결양상으로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칼자루를 쥔 정부가 제약업계의 주장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예측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구개발투자와 신약개발 기업에 우대를 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반면,  4~5개의 약가인하 기전을 동시에 가동해 제약산업 자체를 옥죄는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시장형실거래가제)도 그 중 하나다.  리베이트를 안 받고 싼값으로 약을 구매하는 병·의원에 혜택(인센티브)을 주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의 결과는 토종 제약산업을 공멸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토종 제약산업이 도산하면 보건주권 상실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외국의 고가약을 사용하게 돼 건강보험재정 파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지금의 정부 정책이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부는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늘리는 지나친 약가인하 정책을 멈추어야한다.  연구개발 투자 기업을 우대하는 등 옥석을 가리는 눈도 가져야 한다.    

굳이 약값을 줄여 건보재정에 기여하겠다는 계산이라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복제약(제네릭) 허가 품목수를 줄이는 것이다. 특허만료 성분에 대한 복제약 허가수를 개발순서에 따라 5~10개 이내로 제한한다면,  제약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약을 출시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우 단순한 복제약 개발이 아니라, 특허문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개량신약 개발쪽에 눈을 돌릴 것이다.  정부가 주문하지 않아도 R&D 능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하나의 성분에 최대 100개 이상의 복제약이 난립하는 지금과 달리,  과당경쟁으로 인한 리베이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약값을 보전해주고도 건보재정을 절감하고 리베이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연구개발에 소홀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  정부가 원하는 기업 구조재편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지금처럼 연구중심 기업과 복제약 기업을 가리지 않고 약값을 후려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한국제약산업은 머지않아 붕괴하고 말 것이다.  리베이트는 분명 척결해야할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제약산업의 싹’까지 잘라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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