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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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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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을 빌릴 것도 없이 ‘그것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노령층 표를 겨냥해 정치권이 재원확보방안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우선 내놓고 보자는 식의 노인복지 공약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 기초노령연금 인상, 장기요양보험 적용 확대, 치매 국가관리 같은 긴요한 노인복지방안일수록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 시행할 것인가에 관한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추진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주에는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을 산 사람의 절반이 60대 이상으로 드러나자 금융당국이 나서 예보법이 적용되지 않는데도 규정에 관계없이 원금을 돌려주 게 할 방침이라고 한다.

당장 노인틀니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틀니비용의 50%를 급여화하기로 정했다. 이 계획조차 치과의사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인데 정치권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원대상을 6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시술비 전액을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인표를 얻는 데는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때문인지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법 개정안이 이미 8건이나 나와 있다. 대선 전인 내년 7월 열리는 치과기공사협회 주최 학술대회는 틀니 관련 주제를 다루기로 했다는데 4개 광역자치단체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정치권이 당론이나 공약으로 정한 기초노령연금인상 건은 아예 처음부터 무대뽀다. 현 제도하에서도 연간 3조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연차적으로 2배로 올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도 늘리라고 목청을 높인다. 여당부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올 예산협의는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표심만을 의식한 장밋빛 공약이나 정책은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메우거나 재정적자를 내 후대에 빚을 떠넘기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포퓰리즘의 포로가 된 정치권의 지나친 시장개입, 선심공약이 오히려 정부의 실패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기야 솔베이그의 노래대로  "그 여름이 가고 또 한 해가 가면" 방랑자 페르귄트가 돌아오듯이 선거의 계절이 닥치는데 그들이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이미 11%에 달했으며 2018년에는 그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들어설 정도로 고령자가 급증하는 판이다. 경북 의성군 등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자치단체가 전체 시·군·구의 29%나 되니 노인표심 잡는 거 외에는 안중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안다. 선거만 끝나면 ‘노인들은 단지 하나의 하찮은 존재, 지팡이에 걸린 다 헐어빠진 코트’ 취급을 받는, 초라한 존재로 돌아간다는 것을….

65세 이상 전체노인의 40%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로 곤란을 겪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또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아 생계가 막막한 경우가 61%나 된다.

먹고살기도 힘든 터에 노인환자진료비는 매년 크게 늘어 지난해 노인 한 명당 진료비가 276만9000원으로 국민 평균의 3배가 넘었다. 일반적으로 65~74세 고령자는 평균 4.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75세 이상 고령자는 1인당 평균 5.8개 질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저출산·고령화로 고령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건강보험료를 낼 사람은 오히려 하향곡선을 탔다. 현행 '저부담-저수가-저급여'의 틀로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지탱해나가기 어려운데 보험료율 조정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고령화는 우리사회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이다. 이는 여성 1명당 출산율이 2.1명을 가리키는 인구대체율 이하로 떨어진데다 보건·식습관·예방의학의 향상으로 인간수명이 연장된 데 따른 흐름이다.

보건의료든 사회보험이든 국민이 그 혜택을 받으려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게 이치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는 복지제도 확충이라는 1차원 방정식으로 풀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게 많은 과제가 얽혀 있다. 재정, 세제개편은 물론 정년연장, 보육시설 확대, 직장내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 등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다루어나가야 할 과제다.

나라 곳간 형편도 살피지 않고 표에 눈이 멀어 수원지가 말라버린 것도 모른 채 정부지출 수도꼭지를 틀어버리는 우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하는 법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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