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 유혹, 요정 사이렌의 유혹
의약품 리베이트 유혹, 요정 사이렌의 유혹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1.08.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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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제약사간에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악습에는 백약이 무효인 모양이다. 의사들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리베이트 앞에만 서면 작고 약해지니 하는 말이다.

이번엔 교묘한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국적 제약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과연 다국적사의 개발 신약처럼 그 수법도 새롭다. 의약품을 판매하는 국제관행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대로 이땅의 의료계 현실에 충실한 것인지 다국적 제약사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에서도 특출났다. 

이 다국적사 1개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전국적으로 700여명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다가 의사들이 돈독 오른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다가 구속돼 형사처벌을 받고 관련 제약사들이 많게는 수십억원의 과징금과 최고 20%의 약가인하라는 극약처방이 떨어져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초긴장 상태였던 게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의사들이 그런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리베이트 유혹을 떨치지 못하다니 차라리 인격파탄이라고 하고싶다.

고대 그리스의 오디세우스 역시 오늘날 의사들에게 주어지는 리베이트처럼, 가족이 있는 이타카섬으로의 귀향길목에 있는 치명적인 요정 사이렌과 조우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뱃사람을 유혹하는 사이렌의 노래에 저항할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를 돛대에 꽁꽁 묶은 채 사력을 다해 그 유혹으로부터 벗어났다.

오늘의 의사와 제약사에게 사이렌은 바다의 요정이 아니라 리베이트다. 의사와 제약사들이 오디세우스의 의지를 갖고 리베이트를 거부하려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스스로 리베이트 유혹에 빠지려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선 리베이트, 후 처방전’이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챙기는 의사들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연구개발에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고 불법 리베이트제공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제약사들도 적지 않다.

금품제공 외에 통상적인 원고료보다 150배나 많은 논문 번역료를 지급해 실소를 자아낸 일은 있었지만 병원마다 광고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는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 다국적사답게 블록버스터급 리베이트제공 수법이라 할만하다.

이 다국적제약사는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전국의 의사들에게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광고대행사를 통해 병원내에 판넬광고를 설치하고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해 의사 697명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량에 따라 한번에 30만~300만원씩 모두 8억2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의약품의 70%를 차지하는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의사나 의료기관이 선택하는 의약품시장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제약사들은 이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의사들에게 집중적인 마케팅을 하기 마련이다. 자사만의 혁신적이고 우수한 효능을 지닌 의약품이 드믄 현실에서 제약사들은 판촉을 위해 리베이트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약사간의 판매경쟁은 의료소비자들에게 혜택은커녕 오히려 과도한 리베이트로 인해 약값이 높아져 부담만 늘어난다. 비합리적 유통거래에 드는 비용을 국민들이 떠안는 꼴이다.

의약품 거래의 리베이트는 제약회사 매출의 10~30%로 알려져 있다. 보건당국은 리베이트가 연간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가운데 약제비 비중이 27%로 OECD의 17%보다 높은 것도 잘 보면 리베이트 탓이 크다.

리베이트는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좀먹는 악성 바이러스와 같다. 리베이트를 주고 손쉽게 팔 수 있는데 어느 제약사가 힘든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리베이트 척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리베이트 사건이 최근 일기 시작한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투자에 노력하는 제약사에는 세금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주어 더많은 연구개발로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찰은 이번에 불법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적발해놓고서도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큰  잘못이다.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된 국내 제약사 이름을 공개하면서 다국적사 이름을 숨겨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국내 제약사와의 역차별 불평이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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