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회원의 불법적인 협회 점거와 폭력사태와 관련해 회원 여러분의 상심과 우려가 크셨을 줄로 압니다. 이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유를 불문하고 회장으로서 회원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합니다.
먼저, 지난 한 주일 동안 상근임원들이 협회에 출근하지 않아 회무에 공백이 생긴 것으로 우려하시는 회원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간 집행부는 외부에서 수시로 회의를 열고 회무를 챙겨왔으며, 비상근 이사들은 정상적으로 협회에 출근하여 모든 일을 처리하였으므로 회무 공백은 없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주지하시듯, 집행부는 이번 사태를 맞아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회원과의 대화 당시, 전의총 회원들의 폭력사태를 이미 경험한 바 있으며, 또한 전의총과 연계된 것으로 추측되는 공보의 등 젊은 회원 8명과의 대화 자리에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격앙된 그들의 태도로 인해 대화가 파행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고의적으로 충돌을 유발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사태의 조기해결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였습니다.
집행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로 내건 이번 점거농성과 폭력사태는, 사실 납득할 만한 근거와 정당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회원의 직선에 의해 출범한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면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어야 합니다. 의약분업과 같이 총파업을 불사하며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할 사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선택의원제를 이유로 들지 모르겠으나 이 사안은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인 것일 뿐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으며, 집행부가 회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천명한 바 있기도 합니다. 한편에선 총액계약제 반대를 내세우기도 합니다만,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이유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집행부의 무능함과 부도덕함을 이유로 제시하는 것 역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점거농성과 폭력사태는 의료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의료계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일부 집단의 입지 강화를 위한 선전적 해프닝을 벌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협회를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 우리 의료계에 대한 자해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따라서 더 이상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계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현 상황에 대한 이성적이며 최선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부산에서 있었던 폭력사태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지도자들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외려 의료계의 분열상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하여 이번까지는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자 하며, 차후부터는 의협과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같은 불법적 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다만 폭력사태와는 별개로, 피켓과 현수막 그리고 전국의사총연합 명의로 시도의사회장, 지역의사회장, 각과개원의협회장, 대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적시한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제 개인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이 진실인 양 오해되는 것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집행부는 남은 임기 동안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일차의료 활성화에 진력할 것입니다.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은 지난 번 드린 서신에서 알려드린 바와 같이 회원들의 이견이 없는 부분은 관철시키고, 회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항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올리고자 합니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의료계 화합과 발전을 위해 의사회 등 다양한 직역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침묵하고 있는 의료계 인사들에게 일부 회원들이 비난과 조롱, 심지어는 협박에 가까운 언행 등으로 의료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하고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같은 행위는 의료계를 공멸로 향하게 하는 일입니다. 자해행위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간 이런 어리석은 일을 너무도 많이 목격해왔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말로만 의료계를 위한다 하고 실상 해악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되돌아봐야 합니다.
아무쪼록 저희 집행부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집행부로서는 비록 미흡한 역량이지만 오로지 회원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분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8월 1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경만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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