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앙팡 테리블'
제약업계의 '앙팡 테리블'
  • 노영조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7.28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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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다국적 제약사와 잇따라 마케팅 제휴를 한 것을 두고 이러저러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대웅이 위식도 역류질환제 ‘넥시움’에 이어 천식치료제 ‘심비코트‘를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한국법인과 맺은 영업제휴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전문의약품 매출 1위인 대형 제약사가 한 번도 아니고 연달아 다국적사의 판매대리점 역을 자청한 게 잘한 일이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착잡한 생각이 들었을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대웅에 대해서는 유행가 가사를 빌어 “당신은 너무합니다”란 비아냥까지 해대는 형편이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라면 외형 성장에 목을 맸다하더라도 자사의 탄탄한 국내 영업망을 내세워 BMW, 렉서스나 소니TV를 판매하는 경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설사 매출이 좀 늘었다한들 현대차나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의구심 때문에라도 그런 일은 결코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럴 것이다.

대웅제약의 이러한 마케팅 일변도의 행보는 보약인줄 잘못 알고 독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도 대웅제약 CEO는 “이번 제휴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심비코트의 제품력과 대웅제약의 막강한 영업력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시장에서 대웅제약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100억원어치를 팔아도 10억원 남기기도 어려워 '빛 좋은 개살구'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런데도 대웅은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것 같아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마케팅 제휴를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대웅은 지나치다 못해 과할 정도로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현혹돼 제 발밑이 무너지는 것을 못 보는 것과 같은 꼴이다.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의 강신호 회장은 “신약개발만이 살 길”이라며 기존 연구소 옆에 화이자의 신약 연구소를 모델로 삼아 혁신 신약연구를 맡을 연구소를 세웠다. 고령의 강 회장이지만 젊은 CEO들보다 훨씬 더 신약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대웅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업계 2위로 뛴 대웅제약은 ‘간 때문이야~’란 CM송으로 우루사 매출이 늘자 그 재미에 빠져서인지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딱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덩치값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명이든 개인 이름이든 거기에는 자기 회사 창업주나 가문의 기대와 간절한 바람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뜻을 담아 이름을 짓는 것이다. 그래서 실질은 미약한데 이름만은 창대하게 짓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작명의 패러독스’라고나 할까. 따라서 명실상부하기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기독교 교리의 기초를 세운 사도 바울의 이름은 원래 사울이었다. ‘가장 큰 자’란 뜻이다. 사울은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기 위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크게 깨닫고 ‘가장 작은 자’라는 바울로 개명했다고 한다.

얼마전 타계한 발레 안무가 롤랑 프티는 비범한 예술인이지만 이름은 ‘작다(petit)’란 뜻의 프티이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서양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바다처럼 모든 음악을 포용하지만 그 이름은 메르(바다)가 아니고 ‘시냇물’이란 뜻의 ‘바흐’일 뿐이다.

대웅제약은 영약 웅담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신령스러운 동물인 곰을 나타내는 이름을 갖고 있다. 그것도 '큰 곰'이라는 뜻의 '대웅'이다. 그렇다면 매출액 기준 업계 2위, 전문의약품 매출기준 업계 1위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 같은 경영노선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R&D 중심의 제약회사”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것은 제약업계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된다. 대웅에서 연구개발에 힘쓰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낚는다는 연목구어일까.

또 본업인 제약보다 주식투자에 치중하는 듯한 일성신약 역시, 제약업계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 말썽꾸러기)’이라고 할만하다. 몇몇 별난 제약사들이 요새 본궤도에 오르려는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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