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시행된 일반약 슈퍼 판매는 정부정책과 현장에서의 괴리가 현실로 나타난 대표적인 난맥상이다. 슈퍼판매는 허용됐으나 슈퍼, 마트, 편의점 등에서 박카스나 안티푸라민 등 새로 구입이 가능해진 제품을 비치한 곳은 거의 없었다.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일반의약품 전용 진열대를 마련한 곳은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비어 있었으며 그나마 보이는 것은 생약성분의 소화제나 반창고, 붕대 정도였다. 이러한 제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입 가능한 것들로 사실상 제품반입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일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각 제약사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당부도 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가 돼 버렸다.
정부의 지시나 당부가 현장에서 잘 통하지 않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약사회 같은 이익단체의 힘이 이 정도인가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이쯤되면 제약사나 약사회 등 모두가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국민보건과 편익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제 우리나라, 우리국민, 우리기업 등의 수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대체적으로 제대로 된 선진국은 국민들의 편의와 이득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그런 나라들은 기존질서에 혜택을 받지 못하던 국민들이 나서서 인간의 존엄과 획득해야 할 가치를 찾아왔으며 그런 성취는 보다 나은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그런 궤적의 뒤를 이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사회의 꼬리조차 붙잡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선진국은 국민소득만 높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구식사고를 버리고 자신의 믿음을 타인의 가치와 조화시켜나가는, 그리하여 보다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보편적 상호동조가 일어나는 그런 사회다.
이제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공동체의 건강과 윤리적 질서를 되찾아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과 개별 이득은 전체사회의 발전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약사회와 제약사는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