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반성문
제약업계의 반성문
  • 노영조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7.2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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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협회가 회원인 제약사들을 대변해 반성문을 썼다. 또 연구개발(R&D)만이 제약업계의 살 길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20일 제약협회 주최 ‘제약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설명회 자리에서다.

그동안 정부의 보험의약품 가격인하 방침을 ‘무지막지한 정책’ ‘무모하고 떳떳지 못한 정책’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쓰면서까지 비난해온 태도와는 정반대의 자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협회는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거대한 관리기구를 거느리고도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정부책임인데 약가 인하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꺼내들고 업계에 짐지우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저항해왔다. 엄청난 변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연구와 발표를 회계법인에 맡겨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분석 원자료인 각종 경영지표는 금감원에 제출된 2010년도 감사보고서 내용으로 최신동향을 전달하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약산업의 특징, 매출원가-영업이익-판매관리비의 비교, 국내신약개발현황 등 발표내용만을 보면 구태여 외부에 연구용역을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평이했다. 협회 조사팀이 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아마 '제 논에 물대기 식'의 분석이라는 외부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정책의 근거에 대한 실증적 연구-분석 없이 약가가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둘러 속내를 표했다. 물론 설명회 도중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언론에 알리려는 듯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 회장은 특히 “항간에서는 매출원가율이 20~30%라는 말이 있는데 분석결과는 매출상위사와 하위사를 평균해서 54.1%로 나와 있다”며 “상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유도성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경영컨설팅을 의뢰받은 회계법인측은 주제발표에 앞서 “반성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R&D투자가 제약산업의 핵심인데 지금까지 이게 부족했다는 것이다. 토종제약사들의 신약개발역량 부족은 업계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도 했다.

회계법인측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발표내용과 표현강도 등에 대해 협회와 사전조율 없이 컨설팅 업체가 독자적으로 공개 발표했을 리는 없다. 관례상 내용은 협회의 공식입장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발표자는 “제약사들이 국내 마케팅에 치중한 결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안방산업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에 따른 신약개발역량 부족은 가장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제네릭만으로도 이윤을 충분히 보장받고 약을 팔 수 있는데 힘들게 연구개발할 이유가 있느냐는 게 제약업계의 풍토다.

제약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허가, 보험약가등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훨씬 엄격한 통제를 받지만 가격과 판매에서 정부의 보호를 받아 안주하는 체질로 굳어졌다.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제약산업에 특혜를 줘 경쟁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리베이트 제공과 관계가 깊은 판매관리비 비율이 매출액의 36%인 반면 연구를 좀 한다는 증시 상장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도 6~7% 수준에 불과하다. 14~15%를 R&D에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치부도 이날 드러났다. 금액규모로 따지면 100분의 1 정도라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최상위 제약사인 동아제약, 녹십자 등도 국제무대에서는 한낱 이름없는 제약사일 뿐이다. 국내산 의약품 중 글로벌 시장에서 1억달러 매출을 올린 약품이 하나도 없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허약한 체질이 하루아침에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생존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은 싫어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국제무대에서 뛰려면 지금의 10배 이상 R&D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의료소비자를 '봉'으로 만드는 약값 거품은 분명이 빼야 한다. 그러나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마저 꺾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투자할 여지는 남겨두는 약가정책이 긴요한 시기다.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신약개발에 대한 정부의 보다 과감한 지원책도 한 가지 해결방안일 것이다. 기껏 신성장동력의 대표선수로 뽑아놓고 뒷걸음질치게 해서야 되겠나.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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