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도 새 영역에 눈돌릴 때
치과도 새 영역에 눈돌릴 때
“Oral fluid 이용한 전신 진단, 치과의 한 분야로 성장할 것”
  • 박정철 자문위원
  • 승인 2011.07.1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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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철 교수(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1822년 알렉시스 생마르탱은 총기사고로 복부에 큰 총상을 입게 되었고, 윌리엄 보몬트라는 의사가 그를 치료했으나 가망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어 정상인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왼쪽 가슴 아래에 큰 구멍이 뚫려 위로부터 식사가 새어나오는 불편감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중에 피부에 생긴 혹이 밸브 역할을 하여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의학 수준에서는 소화의 기전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보몬트는 생마르탱의 덕분에 시간대별로 음식물을 실에 묶어 위에 넣다 뺐다 하며 소화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거나, 위액을 빼내 눈 앞에서 음식이 소화되는 것을 관찰하는 등 선구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고 1833년에는 '위액과 소화생리학에 관한 실험과 관찰'이라는 책까지 썼다.

하지만 생마르탱에 대한 처우는 너무나도 형편없어 1년에 150불 지급 및 숙식 제공이라는 열악한 조건 하에 가족들로부터 그를 뺏다시피하여 크리스마스에도 실험을 하는 등 실험쥐보다 못한 취급을 했다. 결국 생마르탱은 더 이상 보몬트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이 두려워 이후 평생을 도망다녔고 사후에도 그의 무덤이 파헤쳐질 것이 두려워 가족들은 2m40cm나 땅을 깊이 파고 그를 매장했다고 한다.

사람의 몸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우리들은 늘 그 속을 궁금해 했다. 방사선 사진과 혈액 검사가 불가능했던 과거의 한의학에서는 구강 내를 통해 전신 상태를 살피고자 혀의 색과 형태, 백태의 양상, 구취, 입술의 색깔 등을 관찰하고 분류했다.

물론 현재의 한의학에서도 이러한 검사 방법이 여전히 전해지고 있다. 얼마 전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도 한의사 윤필주가 강세리에게 “혀 내밀어 봐라. 백태도 끼었다. 아침에 입냄새 많이 나지 않냐. 술 줄이고 병원에 들러라”라며 짧은 시간 안에 혀를 통해 강세리의 건강을 진단해 주는 장면이 나왔다.

서양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한의학의 이런 진단이 무시를 받았던 적도 있으나 서양의학의 진단이 가진 침습적인 방법의 문제점과 경제적인 부담감으로 인해 손쉽고, 아프지 않으며, 저렴하게 전신을 진단할 수 있는 구강을 이용한 검사로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현재 HIV, C형 간염, 치주 세균 분석이 구강 내의 점막 도말 검사로 가능하며, 타액 내에 유리된 상피세포의 DNA 분석을 이용해 100여 가지의 질병에 이환될 확률 예측도 가능해졌다.

타액 내의 전립선 특이 항원 분석을 통해 전립선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얼마 전 보고되었고, 또한 수천만의 당뇨 환자들이 매일 아침 해야 하는 손가락 천자를 통한 혈당검사 역시 타액이나 치은 열구액을 이용해 검사하는 방법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매일 아침 피를 봐야 하는 고통 대신 쉽게 침을 뱉어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이 방식은 진단의학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전신을 순환하는 혈액과 국소적으로 생성되어 분비되는 타액이나 치은 열구액의 조성이나 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겠지만, 점차 민감도가 극대화되어 가는 진단 기법의 발달 덕분에 조만간 극복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듯이, 치의학의 발전도 기술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도 이제는 기술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기술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어 접어두었던 관심을 다시 꺼내 새로운 치과의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Oral fluid'를 이용한 전신 진단 역시 이제 새로운 학문과 치과의 한 분야로 성장할 것이며, 우리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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