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콜롬보’도 치매 앞에 무너졌다
‘형사 콜롬보’도 치매 앞에 무너졌다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07.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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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돌보는 일이 중풍환자 간호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환자가 수시로 갑자기 사라져 가족이나 보호자의 심적 부담이 크고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치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가족고통”이라는 조사도 있다.

서울시 치매센터가 서울소재 복지 기관 이용자 및 지역주민 5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2%가 맨 먼저 가족고통을 꼽았다.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가족의 경우 경제적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환자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5일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장기요양보험 2차 토론회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536만명 중 치매환자는 47만명으로 유병률이 8.8%에 달한다는 치매환자 실태가 발표됐다.

현 추세라면 치매환자는 2020년에 75만명, 2030년에는 1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치매환자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3조원에 이르고 중증 치매환자의 치료비용이 초기 환자의 9배에 달해 조기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사회의 복지에 강력한 경고메시지이기도 하다.

◆ 치매환자, 국가지원 강화해야

이와 관련해 정부가 치매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치매와의 전쟁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은 하반기부터 전국 가구 평균 소득 50% 이하의 60세 이상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월 3만원 한도의 치료관리 지원금을 지급키로 했다. 올해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대상은 약 5만6000명, 예산 규모는 16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인기 TV드라마 ‘형사 콜롬보’에서 콜롬보 역을 맡은 피터 포크가 지난 달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다 숨진 소식도 새삼 우리 사회에 치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부정한 어깨, 어눌한 말투, 낡은 트렌치 코트의 콜롬보가 부유층 범죄 용의자에게 오랜 시간 질문을 한 후 돌아가다 말고 던진 “잠깐, 한 가지만 더요”라는 대사는 한동안 우리 사회의 힘없는 계층에 카타르시스를 줬다.

그는 2007년 치과치료 후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중엔 콜롬보라는 캐릭터를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치매증세가 심했다고 한다.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점이 피터 포크가 치매로 사망한 시기와 일치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환자와 가족들은 장기요양등급판정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 한번 방문해 한 시간만에 52개 항목을 체크하다보니 환자의 심신상태파악이 제대로 되지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치매여부와 그 정도를 평가할 때는 순간적인 집중력이 중요한데 실제로 노인들은 그같은 주의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소할 정도의 증세가 있는데도 3등급 내지 등외판정을 받아 요양시설 입소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간략한 방문조사의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의사 소견서 치매평가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등급판정 이후엔 환자가 성실히 치료를 받도록 부양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의 전문지식 부족도 큰 문제다. 급여수준이 열악하다보니 치매 도우미를 하기에 부적합한 사람들이 채용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을 시험제로 전환하는 등 치매관리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치매관리는 개별환자가 아닌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노인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의학적 치료만이 아니라 복지에 대한 요구까지 포괄적으로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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