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병원약사회,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살펴야 할 때
[논평] 병원약사회,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살펴야 할 때
  • 박아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6.2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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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이하 병원협회)가 직능분업과 외래환자의 원내조제를 요구하며 대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의약분업이 전격 시행된 지 10년 만에 의약분업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병원 내에서 의사들과 의ㆍ약 분업 관계에 있는 병원 내 약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병원약사회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다는 사실이다. 의약분업의 기본 정신이 의와 약의 상호 견제를 통한 발전임에 견주어 볼 때 분업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병원협회의 행위에 대해 병원약사회가 아무런 견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분업 훼손에 대한 암묵적 동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안착된 의약분업이라는 제도 하에서 분명히 각기 다른 직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약사회가 병원협회의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약분업의 파괴를 추진하는 병원협회에 맞서 병원약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병원약사회가 의약분업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우선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여기는 때문은 아닐까?

굳이 19세기 초반 유럽을 떠돌던 유령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것은 자본이다. 특히 97년 IMF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자본은 정부마저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듯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자본의 특징은 철저한 자기 증식이다. 자신의 전횡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각종 규제를 깨뜨리고 인간과 사회로부터 창출되는 각종 잉여가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도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게 자본의 본질이다.

이러한 자본의 횡포에 맞서 그나마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다수의 행복을 지켜내고 보호하기 위한 개인이나 단체의 노력 덕분이다. 비근한 예로, 사학자본의 탐욕에 맞서 촛불을 들고 일어남으로써 반값 등록금 논의를 전 사회로 확산시킨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그런 노력의 일단을 볼 수 있다.

병원협회가 약사들을 피고용인으로 고용한 고용주들의 집합체라는 면에서 우리는 병원협회를 하나의 자본으로 볼 수 있다.마찬가지로 병원협회가 도모하고 있는 의약분업 파괴를 위한 서명운동 역시 본질적으로는 자본이 자기 증식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제를 깨뜨리려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병원협회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제인 의약분업을 깨뜨리려는 행위의 목적은 결국 자본의 자기 증식 즉 의약분업 하에서보다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로부터? 환자 즉 국민들로부터.

물론 병원 앞에 있는 약국들 역시 규모는 다를지라도 하나의 자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병원과 약국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해 자본의 쏠림을 방지하고 국민에게 일정한 이익이 돌아가게끔 사회적으로 합의한 장치가 바로 의약분업이다. 이 의약분업이 깨지면 자본은 급속도로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독점자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독점 자본은 아무런 규제 장치 없이 자기 증식 즉 이윤 확대에 돌입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병원협회가 주도하는 외래 환자 원내조제를 위한 대국민서명운동에 대해 시민사회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또한 독점자본을 추구하는 병원협회와 의약분업이라는, 독점자본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최일선에서 실현하고 있는 병원 내 근무 약사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해, 병원협회가 벌이고 있는 대국민서명운동에 대해 문제를 삼고 저지에 나서야 할 이유다.

국민의 이익을 염두에 둔다면, 의와 약에 있어 상호 견제를 통한 다수의 이익 실현이라는 명분을 지닌 의약분업보다 우선하는 그 무엇은 없다. 결코 있어서도 아니 될 일이다. 병원약사회가 의약분업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지 않고 병원협회에 대해 피고용인과 고용주라는 틀에 머무는 바로 그 순간부터 국민들의 피해가 시작된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침묵은 금인가? 아니다. 이것은 저항을 두려워하는 지배세력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병원약사회에게는 말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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