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첫 처벌, 22일은 의약계 치욕의 날
리베이트 쌍벌제 첫 처벌, 22일은 의약계 치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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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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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온 것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약품 리베이트 관련 의-약사 등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준 사람뿐 아니라 받은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지난해 11월 시행된 후 첫 케이스라니 이만저만한 불명예가 아니다.

정부가 2009년8월부터 리베이트 적발시 약값의 20%까지를 인하하기로 한데 이어 쌍벌제를 신설하고도 모자라  최대 12개월의 면허자격정지조치를 추가했고 검경과 국세청을 포함한 범부처 차원의 리베이트 단속이 실시되고 있는데도 리베이트 수수행위가 잠복하는 시늉은커녕 무더기로 돈을 뿌린 사건이 일어나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의약품 리베이트를 두고 하는 탄식인 듯 싶다.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되면 강제로 약가인하라는 극약처방을 한다는 정부발표 직후부터 제약사 대표가 이에 아랑곳없이 2년여간 의사 약사 212명에게 40여억원의 리베리트를 준 사건에서 의약품 납품을 둘러싼 리베이트가 의료-제약업계에 얼마나 뿌리깊게 만연된 악습인지를 알 수 있다. 그 끈질김과 수법의 교묘함, 그리고 그 강심장 배포에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태평양제약이 5년간 병원과 의사들에게 152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9개 제약사가 400여억원 상당의 금품을 준 사실이 적발됐을 때 이것이 의료계의 마지막 리베이트 스캔들이 되리라고 믿었다. 그래서 쌍벌제 시행이전의 행위라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짓는 당국의 처사가 불만스러웠지만 이해했던 것이다. 그런 국민들이 이번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

이번 사건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엉터리 약장사 둘카마라를 떠오르게 한다. 둘카마라는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을 얻게 하는 특효약이라고 속여 판 돌파리 약 장사꾼이다. 오페라야 어떠한 결말이 오든 문제가 없지만 약효 떨어지는 처방을 받은 의료소비자는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경제적 지출도 커지는 부담을 안게 된다. 리베이트는 결국 환자 주머니에서 나가기 마련이다.

많은 처방약이 보험급여 약품인 현실에서 약효가 열등한 약이 리베이트 덕에 처방되고 건보공단이 높은 약품비를 지급하게 됨에 따라 건보재정 건전성에도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건보재정에서 약품비 지출이 매년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비 중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회원국중 높은 편에 속한다. 약품비 비중은 2001년 23.5%에서 2009년엔 29.6%로 크게 높아졌다.

검찰이 약품 납품대가로 억대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병원장, 의-약사 등을 기소한 22일은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에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일부 병원장급과 약품 유통업체 대표들의 행위에 대해서 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유죄판결이 확실시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 팻 게인스 주한미상의회장(암참)은 한 모임에서 한국경제에서 바이오제약 산업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의약품 판매를 약효와 성능이 아니라 리베이트에 의존해온 현재의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그러한 예측은 실현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장밋빛 미래는커녕 잿빛 내일이 기다릴 뿐이다.

이번 사건을 보고도 의료-제약업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반성은 고사하고 의사협회는 불만만 털어놓았다. 협회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제도”라고까지  했다. 어처구니없는 망발이다. 판매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일은 모든 상거래에서 발생하는데 의사만 처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니 이런 견강부회도 없다.

아무리 금품의 유혹에 빠졌다해도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업무를 하는 의사의 소명을 이렇게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은전 서른 닢에 스승인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의 행태와 같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제약업계도 이런 식으로 가다간 국내시장 점유율이 점점 더 떨어질 게 분명하다. 토종 제약사들이 국내시장도 지키지 못하는 사태가 올까 우려된다. 제약산업의 위기는 약가인하가 아니라 리베이트 관행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그래서 제약업계가 이번 쌍벌제 처벌을 계기로 리베이트가 주는 단맛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으로 제자리를 찾는다면 국내 제약산업은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이다. 의사들 또한 자신의 삶과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지켜 가겠다고 한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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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이트 호박씨 깐 건일제약 어떤 처벌받나?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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