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사-약사간 밥그릇 싸움인가
결국 의사-약사간 밥그릇 싸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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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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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의료편익이야 어찌되건 내 밥그릇 지키겠다는 면에서는 의사협회도 약사회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다. 가정 상비약 슈퍼판매 허용문제가 의약품 재분류로 귀착되면서 의-약사 단체의 속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최근 들어 선택의원제, 만성질환자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 처방, 의약품 재분류 등 의료계 현안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 그동안은 ‘의료소비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실은 기득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욕심을 관철시키려는 직역이기주의가 본색이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실시를 서두르며 임시로 꿰매놓았던 문제점들이 일단 계기가 생기자 하나하나 터지는 것으로 불 수 있다. 특히 의약품을 일반, 전문으로 분류해놓은 구획은 의-약사의 이익에 직결되는 화약고였다. 그 후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된 셈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 의약품분류 소위가 의약분업 이후 처음 열려 어떤 의약품을 어느 영역에 넣을지 논의하게 되자 의-약사가 서로 기선제압과 기득권 고수를 위해 과열투쟁에 나선 게 지금의 모습이다. 약사회는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2만1000개 중 사후피임약 등 479개를 약국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사의 진단이 없으면 부작용이나 오남용이 우려되므로 어떤 전문의약품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의 전문약 중 한 품목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단은 일부 시민단체가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촉구하면서 약사회가 힘을 얻는 기세다.

그러나 의약품 재분류는 의-약 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 결정돼서는 안 된다. 또 약사회측을 달래기 위한 일반약 약국 외 판매의 선행조건은 더더욱 아니다.

먼저 의약품의 2분류체계가 국내 보건의료환경에 적합한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 당시보다 국민 보건의식수준이 크게 향상된 만큼 영국처럼 자유판매약(GSL : General Sales List Medicine) 같이 새로운 분류군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측면과 의료소비자의 경제성 및 편의성 향상이 분류 기준이 돼야 한다. 의약품 분류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고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의약분업 전 의약품은 일반약이 61%, 전문약 39%였으나 분업 후 이 비율이 완전 역전됐다. 일반약 비율은 채 15%가 되지 않는다.  이는 외국과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전문의약품의 생산, 소비가 크게 늘어난데다 분업실시를 위한 의약품 분류 때 일반약 상당수가 전문약으로 전환된 때문이기도 하다.

의료소비자가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보건의료면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닌 만큼 재분류 문제는 신중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미봉으로 끝낼 수는 없다.  시판후 안전성이 확보된 다음에는 재평가 절차를 거쳐 분류를 전환하는 제도를 상시 운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의약품 재분류 오직 과학적 근거로 해야

의약품 재분류를 비롯한 의료계 현안들은 오직 과학적 근거만을 기준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다. 의사협회와 약사회가 행여 정치권에 세를 과시해 과학외적인 힘으로 자기들 주장을 관철할 일이 아니다. 세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과 밀접한 보건의료문제를 길거리 강경투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요즘 세간에 “의-약사 단체에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 야만적 이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패러디가 왜 돌아다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의사-약사들에게 이런 일화를 들려주고 싶다.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외나무다리에서 사이가 별로인 고래와 새우가 만났다고 한다. 한쪽이 양보해야 건널 수 있는데 서로 상대에게만 양보하라며 싸우다 둘다 떨어져 죽었는데 해부해 보니 고래는 허파가 뒤집혔고 새우는 간이 부어 죽었다는 것이다.

의사와 약사는 보건의료계의 두 수레바퀴다. 의사-약사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주저앉게 마련이다. 21일 2차 약심 분류소위 회의부터 과학적 논거만을 갖고 하나씩 해결해나가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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