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추락에서 탈출하는 길
제약업계, 추락에서 탈출하는 길
  • 노영조 논설주간
  • admin@hkn24.com
  • 승인 2011.05.2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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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제약업계의 1분기 실적에 대한 한결같은 반응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1분기 매출-수익이 동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약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상위 10개사의 매출(1조3190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1조4368억원)에 비해 10%(8.93%) 가까이 감소해 충격을 줬다.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부터 ‘치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실적이 부진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이 16%나 증가한 것에 비해 대조를 이룬다.

제약업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오래 전부터 ‘침몰한다’ ‘몰락한다’는 소리가 매년 터져 나왔다. 지난해부터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등 약가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조사,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지배력 확대 등 3중고로 인해 국내 제약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약제비 절감과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를 위해 정부의 이같은 조치들은 일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어쩌면 연구개발보다는 마케팅으로 성장하겠다는 제약업계의 안이한 자세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제약을 포함한 의약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정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예측 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리스크는 확률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이같은 말도 안되는 리스크가 오늘의 제약산업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최악의 혹한기’라고 한탄하며 불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세를 가다듬어 지속성장이 가능한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한미약품이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을 자체 개발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0개국에 수출키로 계약을 맺은 사례는 제약업계가 나가야 할 길의 본보기라 할 만하다.

아모잘탄은 고혈압 치료성분인 암로디핀과 로살탄을 결합한 개량신약으로 이 두 성분의 복합제는 한미약품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순수 국산의약품이다. 개발에는 4년 반이 소요됐으며 임상1상 시험이 끝나자 바로 유럽시판허가를 얻을 정도로 효능을 인정받아 수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갑’의 입장에 올라서 ‘을’로 처지가 바뀐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MDS와 수출계약을 맺는 개가를 올렸다. 토종제약사들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현재의 수출추세라면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은 14%에서 2016년 38%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제약업도 효자 수출산업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현재 8만원을 밑도는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13만7000원으로 상향조정했을 정도로 이번 개발성과를 높이 평가한다.

신약개발에는 보통 후보물질 개발에서 임상 시험을 마칠 때까지 10~15년간 5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성공확률은 1000분의 1~1만분의 1일 정도로 낮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임상시험의 초기단계에서 독성 등으로 개발중단되는 일이 흔하다. 실패하면 막대한 투자비용과 시간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 의사로 나온 영화 ‘도망자’는 개발신약의 독성과 부작용을 감추려는 제약사의 음모를 다루었다.  첫 상영된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도망자’가 의료계의 공감을 사고 있을 만큼 신약개발의 실패사례는 적지 않다.  실패로 도산하는 기업이 훨씬 많으며 제네텍이나 암젠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오히려 예외라고 할 수있다.

막강한 다국적사들도 섣불리 나서기 힘든 신물질 개발은 역량이 달리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버거운 현실이다.  R&D투자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제약기업들은 소규모 투자로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이 가능한 제형개발이나 개량신약 개발 쪽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매출 1000억 이상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매출액의 6.5%에 불과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신약개발 성과가 수출로 이어지고 그 이익이 다시 R&D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된 이후에는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물질 개발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길 것이다.

정부 역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상위제약사를 지나치게 옥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감한 세제혜택 등을 통해 연구개발 중심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의무이다. 

나아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5%도 안되는 제약사,  식음료나 건강식품 등 비제약분야에 집중하는 제약사들은 하루빨리 퇴출시켜 순수 제약시장에서 격리시켜야 시장혼탁을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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