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 한방침’ 사건에 부쳐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 한방침’ 사건에 부쳐
  • 정리/김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5.03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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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폐 속에서 발견된 침으로 세상이 주목을 하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인사가 병마에 시달리다 이런 저런 치료를 받으며 일어난 일이다 보니 관심을 끄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손가락 만한 길이의 ‘한방침’이 어떻게 폐 속 깊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해부학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였을 것이다.

폐에 깊이 박힌 한방침은 단순한 가십거리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으며, 우리의 의료시스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수무병을 염원하는 인간은 질병 앞에 나약하다. 무의미하고 해로운 사이비 의술들은 그런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유혹하고, 결국 새로운 고통을 덧씌우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진정 국민을 위하는 국가라면 국민들이 사이비 의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제도 정비와 관리,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사이비 치료를 감시하고 정통의료를 제대로 세우는 것은 최선의 치료 선택을 통한 의료비의 절감, 불확실한 시술에 의한 건강 훼손 방지, 그리고 바람직한 국민의 건강 신념 체계 확립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그 주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지체 높으신’ 전직 대통령에게 발생한 이번 일은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료들의 국가적 관리가 얼마나 방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 이면에는 ‘이원화 의료’를 대표로 하는 몰이성적 사고가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한방단체에서 발뺌하려 애쓰고 있지만, 한의사였든 아니든 누군가가 ‘한방침’이 폐 깊이 들어가도록 하는 시술을 했고, 그것을 8만 8천원이라는 치료비만으로 의사들 몇 사람이 달려들어 아주 어렵게 그 침을 제거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전문가라면 건강(병)과 관련해 최선의 지식을 동원하여 시종일관 독자적인 노력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 폐 깊이 침이 박히게 하는 시술을 했고 엉뚱하게 의사들이 그 뒤처리 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면, 누구의 짓이었든 이번 ‘한방침’ 사건은 의료 전문가의 소행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한방계 어느 인사가 ‘그것이 서로 돕는 것’이라 했다지만,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의사들이 한의사들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던가?

현대의학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를 한방 지식으로 해결해야만 했던 일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역설적으로 한방단체의 그 말은 한방을 포함한 사이비 치료들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무모한지를 극명히 드러내 준다 하겠다.

더욱이, 이러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검증 조차 없이 국민의 혈세 1조원을 한방 지원에 사용한다는 것은 차라리 난치병환자나 말기암 환자를 위해서 사용되어지는 것이 훨씬 더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 당국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직시함으로써 한방 정책의 거시적 관점에 근본적인 수정이 있기를 바란다.



2011. 5. 3.

대한의사협회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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